복숭아와 여름

여름의 노래

by 춤추는바람




우리 식구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과일은 복숭아. 복숭아가 나오는 여름이면 매일 밤마다 복숭아를 나누어 먹는다. 외할미가 노랗고 보드라운 복숭아 한 상자를 가져다준 날, 남편도 하얗고 단단한 복숭아 한 상자를 사들고 왔다. 노란 복숭아 한 개, 하얀 복숭아 한 개를 깎으면 아이는 노란 복숭아만 쏙 골라 먹는다. 그리고는 다음에는 노란 복숭아를 사 와, 하고 아빠에게 말한다.



2015년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남편은 휴직을 했다. 그리고 세 달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막바지는 기록적인 더위로 느슨하게 풀어져 나날을 보냈는데, 나와 남편의 손에는 자주 납작한 복숭아가 들려 있었다. 작고 딱딱하지만 무척 달콤했던 복숭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한동안은 일상도 여행처럼 흘렀다. 여름의 가운데에 있던 서울에서도 우리는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저무는 하루의 바람이 쓸쓸하게 느껴지던 가을의 초입에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기다리던 임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