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남겨진 나와 아이들

된장국 한 그릇의 위로

by 쿠쿠마담

프랑스 정착 269일째

일요일 아이들과 오전 10시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었다.

메뉴는 야채볶음밥과 시금치된장국.

고창 시댁에서 가져온, 시어머니가 직접 담그신 된장으로 끓였다.

이상하게도, 아프거나 허전할 때면 그 된장 맛이 제일 큰 위로가 된다.

그 구수하고 짭짤한 향 속엔, 무심한 듯 희생적인 우리 시어머니의 사랑이 녹아 있어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그런 몸보신 한 그릇이다.


어제는 배우자오빠가 출장을 떠났다.
6일도 아니고 6주!

한국에서도, 또 프랑스에 와서도 출장은 종종 있었다.

프랑스 내 출장은 5일 정도, 덴마크나 미국으로는 일주일 이상 다녀온 적도 있다.

그래서 이제 출장 자체가 낯설진 않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역에서 배웅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오빠, 조심히 잘 다녀와!”

한마디 내뱉고 나니, 눈물이 더 멈추질 않았다.


6주라니. 이 낯선 프랑스 땅에서 아이 둘과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학교도 가야 하고, 밥도 해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하고.
게다가 갑자기 차 엔진 경고등까지 켜져서 수리 맡겨야 한다.
이 6주 동안 무사히 잘 버티기를,
그저 조용히 바라본다.


우리의 프랑스 생활은 그래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언어의 벽은 여전히 높지만, 어학코스를 다니며 서서히 해소되는 중이다.
학교는 어학으로 꽤 유명한 곳이라 교수님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아, 프랑스에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구나!”
살짝 놀랄 정도로.

학교에는 정말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아시아 학생이 거의 백 명 가까이 되는 듯하다.
비슷한 문화와 예의를 공유해서인지, 동아시아 친구들과 있으면 괜히 편안하다.

인도 친구는 긍정의 리듬을 고개로 표현하고,
이라크의 60대 어머님은 늘 한 템포 빠르게 대답하신다.
수도원에서 온 베트남과 마다가스카 친구들은 조용하면서도 묘하게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10월 2주 차에 시작한 어학코스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내 노력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 외국계 회사 다니며 종로 영어학원도 다녀봤지만,
의지가 없으니 실력이 늘 리가 없었다.
이번엔 다르게 내 생활이 걸려 있다.

공부는 ‘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의지’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목적이 뚜렷할 때, 그때가 진짜 공부의 타이밍이다.


이전 글에 언급했듯이, 예전에 TV를 보다가
LA에 사는 교민이 영어를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땐 솔직히 이해가 안 됐다.
“영어권에서 사는데 영어를 못 한다니?”
그런데 막상 프랑스에 와보니 알겠다.
프랑스어 환경에 산다고 해서 프랑스어가 ‘줄줄’ 나오는 건 아니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가
“이제 프랑스어 막 나오겠네~” 하길래
“그게 그렇게 안되더라.” 하고 웃으며 대답했지만,
찔려서인지, 그저 불편했다.

하지만 이해한다.
나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제는 안다.
언어는 ‘환경’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거라는 걸.

살아가기 위해, 소통하기 위해 그리고 이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프랑스 정착 269일째.

아직은 버벅대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의 하루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된장국 한 그릇에 마음을 달래며, 천천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