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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dinky Feb 21. 2016

야외생활백서, '캠핑 그리고 힐링'에 관한 인터뷰 ..

당신이 캠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시 야영족의 녹색 쉼표


힐링을 캠핑하다!’

‘힐링’이란 단어가 지천으로 나돈다. 흔하다 못해 닳고 닳은 느낌이다. 시큰둥한 사회분위기가 실감된다. 타인의 인생이 위로는 될지언정 삶의 치료제는 못 되는 모양이다. 야영족은 남이 아닌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캠핑이야말로 진정한 ‘힐링 캠프’라고 단언한다. 텔레비전에 등 돌려 집밖으로 나서고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깃들고 마는 그들, 무엇이 그들을 치유케 하는 걸까?

 



아저씨들 짐 꾸린 사정

현재 캠핑 문화는 3040 남성 직장인 위주로 폭발적 수요 증가를 보이고 최근 들어 같은 나이대의 여성들이 서서히 가세하는 추세다. 외국 도시민들 사이에는 등산에 조금 못미치는 도보여행(하이킹)이 오랫동안 유행했고, 나아가 가방 하나 들춰 메고 1박2일 야영으로 연장하는 백패킹 형식의 캠핑이 발달했지만, 국내에선 차량에 장비를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이 먼저였다.

수년 전 사륜구동 자동차에 푹 빠진 남성들은 비포장길을 달려 산이나 계곡, 벼랑 끝까지 들어섰고 거기서 마주친 자연의 경이와 감동을 떠나기 아쉬워 야영하기 시작했다. ‘자연 속에서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게 즐기는 것 또한 캠핑의 매력’이라며 산전수전을 겪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야영족을 자처한 것이다.

이제 캠핑 문화도 제법 조직과 체계를 갖췄다. 동호회가 늘고 전문인도 등장했으며 어느 호텔에서는 호화로운 캠핑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장비 구매도 활발하고 여차하면 물 건너 상품까지 항공배송을 받는 국경 없는 야영족들이 어느새 우리 곁에 속속 등장해 속절없이 캠핑을 떠나고 있다.





코딩키(Coudinky)라는 닉네임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블로거인 나도 이들 3040 야영족 중 한 명이다.



chaper 01 : 별을 보고 싶었다.


자동차 동호회를 통해 친분을 쌓은 형님들이 같이 가자 해서 오토캠핑이라는 걸 처음 경험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무르익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죠아이들과 형수님들이 어우러지고 무언가 편안하고 놓여난 듯한 감동적인 정취가 느껴졌어요옆에도 일가족이 캠핑을 나왔는지 어떤 아버지가 아이를 불러요우리 아들별 보러 가자!’ 하는데 번뜩 그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아 나도 이 취미를 오래 가져가야겠다고요.”


그렇게 첫 캠핑을 마음먹고 있던 차에 동생이 외국으로 떠나 적적해 하시는 어머니를 위로해 드릴 겸 의정부 근교로 나섰다.




막상 자리 잡고 야영이라는 걸 해보려니까 자잘한 준비물이 꽤 부족하더군요그런 과정도 재미이고 처음부터 만족스런 캠핑을 준비하긴 불가능하지 싶어요저는 그날어머니의 인생을 들을 수 있었죠전에는 깨닫지 못한 어떤 교감이 전해진 것 같아요어머니도 여자구나 싶었죠화롯불을 지펴 놓고 마주앉아 옛 얘기를 하시는데 소녀시절 감수성을 느껴져요땔감을 주워다 아궁이를 지피던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내 어머니일 뿐 아니라 당신의 인생을 삶아온 사람 그 자체로 와 닿았았습니다.”

 

가족의 유대감이란 때때로 확인하지 않으면 헤지고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부부나 형제자매, 부모자식의 틀에 가두는 데 익숙한 나머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가족의 유대감도 때론 재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막상 어떤 계기를 마련해보려면 막연하다. 어쩌면 야외로 나가 맑은 밤하늘의 별을 함께 바라기 할 때 저도 모를 마음의 빗장이 슬며시 벗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chaper 02 : 정지된 시간의 미학


야영족들은 캠핑지의 시간 흐름이 다르다고 말한다. 빌딩과 소음이 사라진 공간이 처음에 적막하지만 서서히 자신의 존재가 명료하게 느껴진다. 일종의 자신과의 조우이고 소위 자연인으로의 회귀다. 그 순간을 ‘집중의 시간’이라고 나는 표현하고 싶다.


항상 다니던 길을 한번 유심히 들여다보세요길거리에 얼마나 많은 간판이 있어요초점 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우리 눈과 뇌는 무수한 정보에 노출되고 자극받는 거예요간판과 광고판의 정보길거리의 라디오와 음악 소리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의 소음까지 평온이란 게 없어요야영을 해보면 우선 속도감이 달라져요휴대전화기 화면만 봐도 빠르잖아요버튼 하나만 누르면 인터넷 창이 열리고 다시 제목을 클릭하면 온갖 정보가 펼쳐지고요캠핑장이나 야영지는 전파가 통하지 않는 곳도 많아서 그런 속도감이 갑자기 정지 하는 거예요처음에는 따분하고 흥미로운 게 없나 싶지만 점차 느림에 익숙해져요

분이나 초 단위의 시간 개념을 넘어 하루의 변화계절의 변화해가 바뀌는 변화를 깨닫게 되요.




- 글레디에이터의 장면을 상상하며 찍은 갈대밭 -



무언가에 집중하는 기분이 드는데 처음에는 식물 하나 풍경 하나에 그치지만 점차 시간의 변화를 의식하면서 이 캠핑 장소가 내일 아침에는 어떻게 보일까다른 계절에 찾아보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흥미를 느끼죠집중하는 게 피로하지 않으니까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면서 시간과 사물을 대하는 관점의 변화를 겪어요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게 뭐겠어요약초꾼의 눈으로 보면 산은 그냥 풍경이 다가 아니라 온데 약초가 널린 보고인 거죠동식물 학자는 새 한 마리 풀 한포기까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조화를 발견하고요혹시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를 보셨나요주인공이 눈을 감고 밀밭을 떠올리는 장면이 있는데제게 캠핑은 그런 근원적인 향수 같은 걸 불러일으켜요.”


추수 때의 금빛 밀밭은 바람에 너울댄다. 주인공은 가만히 손을 올려 밀대와 밀기울의 감촉을 음미한다. 문득 눈을 들면 저 너머에서 이미 저승으로 건너간 아내와 아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밀밭은 자연이 주는 생산과 풍요와 안위를 나타내는 동시에, 가족에 대한 끝닿을 데 없는 그리움이며, 생과 사의 경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야영을 하면서 느끼는 어떤 집중의 시간이라는 게 남이 보기엔 멍 때리는 일로 비칠지 모르죠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고향을 만나는 일인 거예요.”





chaper 03 : 자연스러운 교감


언제부터인가 삶의 즐거움이 빤해졌다. 대학 시절에는 엠티가 별미였고, 직장인이 돼서는 유흥문화에 탐닉하다 가정을 꾸리면 유명 여행지의 고급 호텔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마저 시들해진 어느 날, 호텔 박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먹고 자다 귀국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거다. 그안에서 캠핑이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변화시켰었다.


 우리가 느끼는 일상의 즐길거리가 뭐겠어요다 인공적으로 갖춰진 것 뿐이에요저도 어디 갈 때 교통에숙박에맛집에 할 것 없이 다 예약해서 갖춰 놓고 갔어요돈을 지불하는 만큼 즐기는 거죠가까이 물놀이를 가도 계곡보다 워터파크를 찾아가잖아요저도 그랬어요어디를 가면 좋은 호텔이 있고 고급스러운 요리가 있고하는 그런 걸 기대하고 다녔죠누리는 게 풍요인 것 같고 최고의 분위기를 경험하는 게 

최고의 소비고 최고의 만족감이라고요아주 어렸을 때는 홍대 클럽에서 디제이도 했어요어지간히 즐기는 수준을 넘어선 거죠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친구도 제법 많았지만인공적인 즐거움이나 인간관계에는 한계가 있어요.”


40대 전후만 되도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흔하다. 세상은 갈수록 좋고 잘 갖춰진 걸 제공하는데 재미가 덜하다면 근본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일 거다. 자연이 제공하는 재미는 스스로 관찰과 성찰을 통해 발견하는 것이고 계절이 바뀌어야 변화를 보인다. 자연 속에서 함께 하는 사람도 외부의 자극을 통해 감정을 분출하는 대신 내면의 열림을 통해 자연스러운 교류를 이룬다.






핑에서 나누는 교감은 자연을 닮았어요어느 번화가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해 진심 반 과장 반으로 어깨 토닥이면서 나누는 대화와는 다르죠야영지의 대화는 곧바로 깊숙한 내면을 여는 게 가능한데마음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어서 스스로 놀랄 정도예요그런 특별한 유대는 가족 사이에서도 작용해요. 3040 젊은 아빠들이 딸과 아들을 데리고 캠핑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는 건 집안에서의 단절이 야영지에서 회복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 거죠애들이 아빠와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잖아요텐트는 집을 상징하고 그걸 설치하는 아버지는 아이들 의식에서 가장의 입지를 회복하는 거예요. ‘키덜트라고 해서 어른용 

장난감 같은 아기자기한 취사 장비도 많아서 애들과 소꿉놀이하듯 먹거리 준비하는 재미도 있고요.”

 

많은 야영족이 캠핑을 통해 자녀관계가 친밀해지고 부부관계가 개선됐다고 말한다. 평소 얼굴을 맞대고 사는 가족 사이에도 마음속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느냐에 따라 그 질감이 다른 모양이다. 여유 없는 일상에서 단편적으로 나누는 대화나 취중 진담이 어딘가 거칠고 온전치 못한 느낌이라면 야영지의 자연을 닮은 목소리는 일종의 고백과 같이 진정성과 차분함을 풍기지 않을까.






chaper 04 : 야영의 묘약


동호회 같은 단체 캠핑을 가면 몇몇 젊은 회원들은 술모임 분위기로 왁자해요자연을 차용만 할 뿐이지 진정 자연에 동화되고 치유되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죠아이들에게 게임기를 떠안기고 어른들끼리는 술 마시는 방식으로 형식만 차용해서야 의미가 없어요.”

 

캠핑이 만병통치약은 아닐뿐더러, 명약이라도 올바른 복용법과 섭식을 따르지 않으면 해가 된다. 자연이 주는 치유는 별다른 특효약이 아닌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생각도 음식처럼 꼭꼭 씹어 삼켜야 영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천하는 일인 거다.




덧붙이며...

캠핑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그저 놀이일 뿐 입니다. 자연아래 서로의 다양성이 넘치는 놀이문화 중 하나로써 인식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비싼장비니 뭐니 운운하시는 분들은 자재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런 저의 장비 사라고 권유하는 블로거는 아닙니다. 서로의 취향의 차이이며, 취미의 차이로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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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키 (coudinky) - '그대 설레임으로 물들다'

저는 캠핑, 사진,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책상 위 향이나 창가의 풍경처럼 일상의 감각을 깨우는 소소한 물건들까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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