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쫑쫑 Apr 29. 2020

상대방을 통해 나를 발견하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방법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지금은 잘 보지 않지만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재미로 사주를 많이 봤다.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매번 들을 때마다 어쩜 그렇게 나에 대해서 잘 아는지 정말 신기했다. 사주 풀이해주는 아저씨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말 같았고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서 말을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생년월일만 가지고 나를 알 수 있을까? 40년을 같이 산 우리 부모님도 가끔 나를 볼 때면 깜짝깜짝 놀라는데 말이다. 점신이라는 사주 어플에 접속하는 사람이 매일 30만 명 정도 되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앱에 물어볼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알면 되지 않을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봤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나 습관을 알면 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수없이 많은 관계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관계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달라지거나 상황이 달라지면 대하는 자신의 태도도 달라지고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이 진짜 자신일까?    


에피소드 3. 내가 결혼을?


나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연애를 할 때마다 결혼을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대부분 3개월이면 연애가 끝났고 그럴 때마다 연애 블로그나 연애 심리학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기도 했고 상대방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다신 그런 사랑을 하지 않겠다던가 그런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매번 비슷한 이유로 헤어짐을 당했다. 금사빠인 나는 나 좋다고 하면 일단 마음을 주고 시작했으니까. 밀당 같은 건 누가 시켜서 하라고 해도 못했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연애를 했다. 내 친구 중에 하나는 '너처럼 연애를 하고 상처를 받으면 연애가 무서워서라도 하지 못할 텐데 참 이상하다'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게. 나도 같은 생각이다. 연애를 하고 매번 같은 상처를 받지만 나는 왜 같은 연애를 반복했을까?


내 나이 39. 드디어 결혼을 했다. 그것도 연애 5개월 만에. 나만 하고 싶은 결혼이 아닌 둘이 함께 원해서 하는 결혼 말이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저질 체력으로 인해 조금 무뎌진 것 말고는. 그렇다면 똑같이 반복되는 연애를 했지만 어떻게 이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결혼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말도 안 되는 모습까지 감쌀 수 있을 거라는 나의 오만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렇게 싸우고 처절하게 연애를 했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


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고 나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의 모습을 숨긴다거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려면(항상 결혼을 염두에 뒀으니까^^;) 나의 본모습을 상대방이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대했다. 할 말은 하고 싸워야 될 때면 싸웠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고 크게 무리 없이 결혼을 했다. 서로 싫어하는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최대한 그 선을 지키려고 했다. 싸울 때면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하지만 화해는 되도록 이면 감정 소모 없이 빠르게 했다. 솔직히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연애와 결혼이라서 아직 더 살아봐야지 알지라거나 애 낳아봐야 아는 거야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3개월의 연애에 비하면 안정적인 감정 상태인 것은 확실하다.


남편은 기본적으로 평화롭다. 반대로 나는 워낙 감정 기복이 있는 데다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라 마음은 항상 시끄럽고 예민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평화로워지자'라는 주문을 외웠는데. 지금 나는, 매우 평화로운 사람이 되어있다.


나는 이전의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상대방이 달라지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연애를 했다. 어쩌면 나는 원래 평화로운 사람인데 지금까지 잘못된 만남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물론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상대방에 따라서 나는 달라질 수 있고, 상대방을 통해서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의 모습도 나지만 지금의 모습도 나라는 것이다.


관계는 살아있는 것이라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에 맞춰 나 또한 변할 것이다. 그때마다 나에 대해서 알고자 노력한다면 적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지 않을까?

이전 02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