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잘 아는 방법은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도, 연애를 할 때도, 직업을 선택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을 살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방법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고, 누가 친절하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80년이든 90년이든 살아가면서 자신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깨닫거나, 방법도 모른 채 온전히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친구나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너는 어떤 사람인 거 같아라는 다분히 주관적인 이야기들로 스스로를 정의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자신을 아는 것이 왜 인생을 살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일까?
나의 생각은 이렇다. 누구나 알다시피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먹는 것, 입는 것부터 결혼이나 직업 등 우리는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간다. 라면을 하나 사려고 해도 수없이 많은 맛과 브랜드 속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결혼은 어떤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와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복잡한 과정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면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어떤 기준으로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는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선택은 어렵다. 다만 그 어려운 선택을 조금 더 쉽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나는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자신을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너무도 바쁜 일상에서 온전히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또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자신을 다 안다는 자만에 빠진다. 자신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고 자신에 대해서 자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수단과 목적을 착각하는 이유는 그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행복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 행복이 무엇인지에 관해 지속적으로 자문하고 고민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간단히 그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금전 쪽으로 목적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 p.19
자신을 아는 것은 인생을 사는데 매우 쉬울 수 있는 방법임에도 자신을 아는 과정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타인을 평가하고 타인의 인생에 더 관심을 가지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는 건 어떨까?
에피소드 2. 외로운 시간 but
런던에서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언어가 통하질 않아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런던에 머물던 2년 반은 온전히 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부분의 하루 일과가 비슷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끝나면 친구들과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하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집에 왔다. 집 앞에 다행히 세인즈버리, 웨이트로즈나 막스앤스펜서 같은 크고 작은 마켓이 있어서 매일 장을 봤다. 2 번째 학교는 하이드파크 근처에 있었기에 주말에는 하이드 파크에 가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서 햇빛을 보거나 무작정 걸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날씨 좋았던 5~7월은 거의 매일 집 앞에 공원이든 벤치든 죽치고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여행도 자주 다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혼자였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부터 여행은 혼자 다녔다. 굳이 여행까지 가서 사람한테 치일 필요 있을까?라는 생각에.
런던에 있는 동안
내가 가장 잘 한 일중에 하나는
내가 혼자 있는 걸
아주 잘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김정운 교수가 이야기했듯
'일본에서 지낸 4년 동안 참 많이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습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완벽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간혹 느껴지는 외로움 정도는
어느 정도 당연하게 받아 들 일 수 있을 정도로.
-나의 메모장
나는 런던에 가기 전까지, 혼자보다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때의 일상은 회사를 다니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땐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행복한 것을 맛보니 이전의 생활로 돌아와도 행복하지 않은 건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 나에게 2년 반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마도 유학을 가기 전과 별반 다르게 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처럼 유학을 떠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자신을 안다는 것이 어렵고 잘 모르는 것이니 적어도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길게 가져서 자신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무료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과 잘 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