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망설이고 있는 당신을 위해

'원래'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by 아이i

어느 따스한 가을 날, 주말. 평소와 같이 집 안에만 있던 중 창 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은 따사로웠고, 창 밖의 아이들은 뛰어 놀고 있었다.

문득, 내가 집돌이가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동네 놀이터에 터줏대감으로 있었다. 학교가 끝나거나 주말이면 항상 놀이터로 나가 동네 친구들과 여러가지 놀이들을 하면서 지냈다.


중학교 때까지 남녀공학을 다니다 남고를 가게 되었다. 점심시간과 체육시간에 운동을 한 남자 학생들의 몸에서 뿜어진 땀냄새로 교실이 한가득이었다. 나는 운동을 싫어해서 그랬을까? 그 땀냄새 나는 남자 학생들이 더렵게 느껴졌다. 땀이나고 찝찝함을 가지고 수업을 듣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했다.

그 때문에 나는 ‘운동’이 더욱 싫어졌고, 특히 ‘낮’이 싫어졌다.


‘낮’은 사람이 북적거리고 ‘땀’이 나게 하고 ‘살’이 타게 만든다.

‘밤’은 조용하고, ‘감성’이 찾아오게 만들고, ‘조용함’속에서 생각이 많아지게 만든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밤을 좋아하는 집돌이가 되었다.


어느 날, 부대 간부들끼리 점심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하다 가을 마라톤을 나가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정말 많은 고민이 들었다. "‘낮’을 싫어하고, 운동을 싫어하는 내가 가는 것이 맞을까?" ,"할 수 있을까?"라는 여러가지 ‘해야지’라는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안 될 것 같은데..’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혼자서는 도저히 다시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분위기에 휩쓸린 척하며 마라톤을 신청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의 첫 도전이었기에 5km를 신청했다.

그렇게 마라톤 당일 아침 6시20분에 만나 마라톤 장소로 이동했다.(약 1시간20분 거리)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부터가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태양이 붉은색도 아닌 주황빛으로 하늘에 나타나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치 석양이 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침의 해가 뜨고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몸을 풀고 달리기 준비를 하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주말, 8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5km는 별도 기록장치도 없었다. 커플들이 도전하고 가족단위가 도전을 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유모차에 탄 아이가 5km배번호를 붙이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우리가 너무 쉬운 것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그렇게 총성소리와 함께 우리의 레이스가 시작 되었다. 달리며 바라보는 새로운 도시의 환경들, 따사라운 햇살, 바람, 많은 사람들 속의 나. "너무 좋고, 행복했다."

5km는 30분 어간이 되어 끝이 났고, 뭔가 허무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첫 마라톤으로는 적절했다.

그렇게 마라톤이 끝나고 우리는 국밥집으로 향했다. 땀흘리고, 좋은 공기 마시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국밥을 먹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 나에게 주말은 한 주의 고단함을 풀기 위해 늦잠을 자고, 먹고, 쉬고, 휴식 하는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오늘 바라본 아침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었다. 또한, 운동 후 다 같이 땀을 흘리며 뜨거운 국밥을 먹는 사람 속 나의 모습은 정말 어색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햇빛, 땀, 많은 사람이 공존하고 있었다."


어쩌면, ‘원래’라는 말로 ‘낮’보다 ‘밤’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첫 도전’을 막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이 들었다.

‘원래’라는 단어를 자세히 생각해 보면 ‘특정 시간과 장소의 기억만’으로 만들어 지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그 시절의 시간’속에 나를 가두는 것이다.


처음을 망설이고 있는 당신. 어쩌면 ‘원래’라는 생각으로 망설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 처음을 망설이고 있는 당신을 위해 ‘아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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