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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만은방랑자 Apr 10. 2017

낭만 파리 vs 냄새 파리

사람들은 낭만적인 도시로 파리를 떠올리곤 한다. 처음에는 흉물로 여겨졌던 에펠탑을 비롯해 화려한 장식의 건물들과 유유히 흐르는 센 강 덕분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파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파리를 낭만적인 도시로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사람들마다 여행을 하면서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 누구는 파리를 아름다운 도시로, 또 다른 누구는 소매치기를 당한 곳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나는 파리를 기억할 때, 수 많은 파편들 중에서 냄새를 가장 먼저 집는다. 낭만적인 영화 속의 파리를 기대하고 갔다가 뜻밖의 첫 모습에 실망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의 그 충격이란.. 그 때의 기억이 비릿한 오줌냄새(개의 것일 거라 믿고싶다)와 함께 코 속에서부터 되살아난다. 덩치가 커서 위협적인 흑인 무리들이 우리 둘을 둘러싸고 앉았을 때의 괜한 긴장감 또한 어둑한 실내 조명과 함께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진다.


파리가 생각보다 더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충격은 파리의 거리를 걸으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거리마다 옛스러운 멋진 건물들과 바게트를 품 안에, 혹은 자전거에 싣고 가는 파리지앵들을 보면 다시 영화 속 파리가 돌아온다. 루브르 박물관부터 오르세 박물관, 오페라 등을 둘러보며 과거의 파리에 감탄하고 몽마르뜨 언덕에서 새빨간 레드 와인 넘어로 노을을 바라본 후, 정각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고 하얗게 빛나는 샹젤리제 거리를 걷고 있으면 '낭만 파리'가 '냄새 파리'보다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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