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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만은방랑자 Apr 14. 2017

좁은 골목과 시장의 매력

바르셀로나 여행 Day2-고딕 지구와 보케리아 시장

바르셀로나 구시가지, 고딕 지구는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다.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소박한 매력의 상점들을 발견하는 즐거움 덕분이다. 우리는 관광하기에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다가 고딕 지구에서 숙소를 잡았다. 고딕 지구는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상점들에 이끌려 몇 시간을 구경했다. 스페인은 공예로도 유명한 나라여서 질 좋은 신발이나 가죽 제품, 장신구 등을 구매하기에 좋은 곳이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면 여행이 한층 더 즐거워진다. 이 구시가지 골목에서는 작지만 소박한 매력이 있는 식당과 카페도 찾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Granja La Pallaresa. 츄러스 맛집이다. 아니 인생 츄러스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파리에서는 마카롱을 먹었다면, 바르셀로나에서는 츄러스를 먹어보길 바란다. 특히, 이곳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바르셀로나 친구가 추천해준 곳이었다. 상점 입구 앞 길바닥에 동판이 있는 곳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라고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오랜 역사란 40~50년이 아니라 한 세기 정도는 되어야 명함을 내미는 것 같다. 역사가 있는 디저트집은 참 멋지다. 


푸근하게 생긴 주인아저씨가 주문을 받았다. 매너가 좋고 친절하셨다. 디저트가 나오기도 전에 맛에 대한 확신이 갔다. 필자는 사실 이곳에 두 번째 방문이였는데, 꼭 애인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기 때문에 다시 오게 됐다. 여기서 먹는 츄러스는 롯데월드나 길거리에서 먹는 츄러스랑 맛이 다르다. 느끼하지도, 달지도 않다. 엄마가 만든 간식처럼 건강하고 담백한 맛이다. 따끈한 초콜릿을 시켜서 츄러스를 찍어 먹었다. 초콜릿도 우리가 생각하는 단맛의 초콜릿이 아니라 카카오의 맛이 진한 순수한 초콜릿이다. 갈색 그릇에 담겨 온 디저트는 '카탈란 크림'이라는 것인데, 딱딱한 설탕 표면을 깨면 밑에 부드러운 크림이 들어있다.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묘한 중독성 있는 맛으로 다가온다. 여기는 커피도 정말 맛있고 싸다. 머무는 동안 여유와 행복을 느꼈던, 잊히지 않는 카페들 중 하나이다.

고딕 지구에는 기념품으로 사갈 만한, 혹은 그냥 구경만 해도 즐거운 과자 집이나 초콜렛 집, 여러 종류의 개성 있는 상점들이 즐비해 있다. 이는 골목에서 길을 잃어도 즐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형형색색의 수공예품도 많다. Kokua라는 신발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던 것 같다. 가게에는 신발을 신어보고 있는 한국인 모녀를 비롯해 몇몇 한국인들이 보였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딕 지구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람블라스 거리(라 람블라)를 지나 보케리아 시장(라 보케리아)을 방문했다. 필자는 여행을 가서 그곳의 시장이나 마트, 백화점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주민들의 삶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케리아 시장은 과일과 채소, 생선 등을 파는 농수산물 시장이다. 보케리아라는 이름은 1200년대부터, 공식적으로 구조를 갖춘 건 1835년부터인 이 오래된 마켓은 입구 앞에서부터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시끌벅적한 시장 안으로 걸으면서 눈이 좌우로 바쁘게 움직였다. 형형색색의 과일이 산을 이루는 과일과게를 지나 고추를 매달아 놓은 채소집이 보이고, 가판대마다 앞치마를 두른 상인들이 빠르게 눈을 굴리면서 호객을 하기도 했다. 과자를 파는 곳도 있고, 하몽을 걸어놓은 곳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저것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었다. 새로운 고객을 찾는 상인들의 에너지와 새로운 광경에 즐거워하는 관광객들의 에너지가 어우러져 활기가 넘치는 공간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과일에 신기해하면서, 그 앞의 얼음이 쌓인 과일주스를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쩜 색깔도 고운 것이 한,두 잔으로는 성이 찰 것 같지 않았다. 가격은 심지어 한 잔에 1유로. 한국보다 싸다.


한 과일주스 가게에서 일하는 여인이 눈에 띄었다. 미스 보케리아라고 할 수 있을법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필자는 멋쩍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고, 여인은 흔쾌히 예스!를 외치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가보니 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다. 바 형태로 음식을 팔고 있는데, 사람들이 꽉 차서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가 먹었다. 튀김 요리와 빠에야, 해산물 요리 등을 타파스나 플레이트에 팔고 있었다. 어딜 가든 시장 먹거리는 싸고 맛있다. 

보케리아 시장의 에너지를 충분히 느끼고서는 비가 그친 람블라스 거리를 걸어 자라에서 쇼핑을 하고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산책을 했다. 광장을 몇 바퀴 돌면서 고딕지구의 골목과 시장의 여운을 떨쳐내고 다시 가우디의 흔적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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