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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만은방랑자 Apr 18. 2017

가우디의 도시에서-2

바르셀로나 여행 Day3 - 죽기 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비가 내린 후의 바르셀로나는 거짓말같이 파랬다. 아직 물기가 가시지 않은 땅이 무색해 보였다. 우리는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다. 파란 하늘 아래 람블라스 거리(라 람블라)를 걸으며 사람들과 가게를 구경하며 여유를 즐겼다. 거리 끝에 다다르자 바닷바람이 코 끝을 스쳤다. 그리고 콜럼버스 기념탑이 높게 서 있었다.

람블라스 거리에는 행위예술가들이 넓은 거리 양측에서 자리 잡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거리의 행위 예술가들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열정이 대단하다고도 생각하게 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장을 하고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그들을 보라.


우리는 람블라스 거리와 콜럼버스 기념탑을 지나 바르셀로나 항구를 거닐었다. 바닷바람을 실컷 쐬고, 향한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다. 가우디의 역작이자 미완성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한국어로는 성 가족 성당. 그 어떤 성당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창성과 천재성이 묻어나는 건축물. 인생에서 이 걸작을 두 번을 보는 행운이라니.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기 위해서 열 번이고 더 가고픈 바르셀로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언급했듯이 미완성의 건축물이다. 현재까지 70%까지 완성되었고 2026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성작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감동이 이보다 덜했을 것이다. 1882년 시작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설은 원래 안토니 가우디가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프란시스코 비야르 로자노(그렇다. 한 사람의 이름이다.)라는 이름의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임명되었지만 의뢰인과의 의견 불일치로 하차를 하였고, 안토니 가우디가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40년 동안 그가 힘을 쏟았으나 1926년 그의 사망까지 그가 완성한 것은 종 타워 하나 뿐이었다. 그의 죽음 이후로 수많은 건축가들이 프로젝트를 넘겨받아 공사를 진행했고 가우디의 사후 100주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오래 걸린데에는 2차 대전이나 스페인 내전과 같은 상황도 한 몫을 했지만, 시민들의 후원으로 지었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걸작에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완벽을 기했다는 사실이 주요 원인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순식간에 완공해버렸을 것이다. 가끔은 속도보다 중요한 것들도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건축에 완벽을 기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실제로 보면서 느낀 충격과 감동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중앙 돔의 높이(170m)만큼이나 거대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관은 18개의 타워와 3개의 파사드로 요약할 수 있다. 3개의 파사드는 탄생의 파사드와 수난의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로 이루어져 있다. 각 파사드에 4개의 타워씩 총 12개의 타워가 있는데, 이는 12 사도를 상징한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받쳐진 중앙 돔 주변으로 4개의 복음을 나타내는 4개의 타워와 성모 마리아를 나타내는 별이 장식된 타워까지 총 18개로 구성된다. 이 옥수수 모양을 하고 있는 타워들은 가우디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가우디가 직접 건설에 참여했던 탄생의 파사드를 주의 깊게 보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외관을 살펴보고 난 후에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진면목은 내부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들어가기에 앞서 입장이 거부되었는데, 그 이유는 티켓에 있었다. 온라인 예매를 하면서 귀신에 홀렸는지 잘못된 날짜의 티켓을 예매했던 것이다. 직원의 도움으로 환불을 받고 새로 예매를 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환불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이것 또한 완벽을 기하는 일의 일부란 말인가?)

성당 내부를 숲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던 가우디의 의도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유럽의 수많은 성당을 봤지만, 이만큼 성스러운 기운을 주는 성당이 있었을까 싶었다. 신성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이었다. 인간 세계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짝은 자신이 무교이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들어오고 난 후 천주교를 믿고 싶어 졌다고까지 말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에서 가우디가 기대했던 빛의 역할에도 그의 정교함을 엿볼 수 있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탄생의 파사드의 창에서 일출의 빛이 내부를 비추고, 정오에는 영광의 파사드, 일몰에는 수난의 파사드로 어두운 빛이 들어온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빛과 다소 어두운 실내를 거닐으면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도 든다.

예배당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역시 독창적이다. 자세히 보면 그 어느 성당보다도 그리스도를 더 인간에 가깝게 묘사해 놓았다. 십자가는 어디에 붙어있지 않았고 매달려 있었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커다란 돔 천장이 보였다. 그의 시선은 고통에 찬 것이 아니라 영광을 맞이하는 모습 같아 보였다.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모르겠다. 감탄과 찬미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외관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파사드 곧곧에 있는 조각들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성경을 좀 읽어 놓았으면 이해가 더 깊었을 텐데 아쉬웠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 십장의 사진을 찍고,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감탄을 해댔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허기진 배만큼 그 무거운 발걸음을 쉽게 떼주는 것도 없다. 우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주변의 엄청난 맛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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