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만은방랑자 May 01. 2017

바르셀로나에서 꼭 가야할 해산물 식당

바르셀로나 여행 Day3 -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도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눈으로 감동을 느꼈다면, 다음은 혀로 감동을 느낄 차례. 감동도 배가 고프면 오래가지 않는다. 우린 사그라다 파밀리아 바로 옆에 있는 La Paradeta를 갔다. La Paradeta는 이미 바르셀로나를 다녀간 친구가 추천해준 나름 검증된 곳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지중해에서 갖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을 꼭 먹어야 하는 곳이다.  


La Paradeta의 조명이 멀리서 구원의 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지중해의 해산물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 빛이었다. 가게 밖에는 이미 배부르게 먹고 나온 듯, 흡족하고 포만감으로 가득 찬 얼굴의 사람들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가 생각했던 풍경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부산 자갈치시장처럼 친숙한 풍경이었다.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대에 잔뜩 올려놓고 분주하게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었다. 큼지막한 새우와 굴, 랍스터, 게, 문어, 오징어, 참치 등등의 갖가지 해산물이 영롱한 빛을 뿜으면서, 바다 싱싱한 비린내와 함께 손님들을 맞이하는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맥주와 와인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커다란 식당 안이 시끌벅적하고 생기가 넘쳤다. 우리는 판매대에서 주문을 했는데, 주문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내가 무얼 먹고 싶은지, 또 얼마큼 먹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고 주문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어리바리하다가는 잔뜩잔뜩 퍼담는 손이 큰 종업원에게 당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가 그랬다. 해산물들이 마치 우리를 잡수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아서, 이것저것 주문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일단 재료를 고르고 나면, 그걸 프라이를 할지, 샐러드를 할지, 구이를 할지도 요청해야 한다. 너무 많이 주문을 하는 바람에 뭘 어떻게 주문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났다. 우리는 대기번호를 들고 자리에서 기다렸다. 번호가 불리면 배식구를 통해 받아오는 카페테리아 방식이었다. 요리 몇 개씩 묶어서 다른 번호를 지정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것 없이 완성되는 것부터 받는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La Paradeta는 해산물과 술로 인해 행복해진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함께 활기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기분 좋은 시끌벅적함에 해산물이 입안으로 쉴 새 없이 빨려 들어갔다. 싱싱한 해산물과 시원한 맥주의 궁합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환상적이었다. 질리도록 해산물의 성스러운 세례를 받다 보니 어느새 행복함에 젖어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여행에서 오는 진정한 행복에 생각이 미치게 됐다. 여행에서 진정한 행복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접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먹는 것과 입는 것은 크게 변화하지 않지만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다른 방해 요소를 옆으로 치우고는 경험에 온전히 우리를 노출시키고 집중하기 때문에, 단순한 해산물과 맥주가 우리에게 기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도 조금 남길 수밖에 없는 양이었으나, 계산을 할 때 그 6만 원~7만 원밖에 안 나오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그야말로 성스러운 선물 같은 저녁이었다. 바르셀로나에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꼭 La Paradeta를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녁을 먹고 나온 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의 공원 벤치에 앉아 야경을 즐겼다. 밤바람이 살랑살랑 몸의 열기를 식혀주고, 새까맣게 어두운 밤하늘 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초록빛을 창 사이로 뿜으며 다른 세계의 것처럼 눈 앞에 서 있었다. 항상 도시를 떠나기 직전에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우디의 도시에서-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