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가장 중요한 식량이다
프랑스 노르망디 시골로 이주한지 어언2년이 되었다.
첫해, 두번째 해, 그리고 올해
집 텃밭에 여러가지 식물을 재배해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이어가보려고 한다.
올해는 특별히 사람들과 함께 연말에 김치를 담가보고자 배추씨, 무씨, 양파모종, 고추씨를 샀다.
그리고 매년 빠지지 않고 심는 당근과 감자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당근과 감자는 많이 먹는 채소 중에 하나다.
특히 감자는 재배되는 종류만 수십가지에 될 정도로 프랑스 사람들이 사랑하는 식량이다.
마트에 가면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감자가 판매되는데 보통 프렌치프라이용, 매쉬드포테이트용, 오래 푹 끓이는 스튜같은 요리에 넣는용, 라클렛용 등등 으로 구분된다.
가격도 저렴해서 1키로에 1유로가 안된다.
이렇게 가격이 저렴하니 감자를 애용하지 않을 수 없다.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기도 편하고 수확하는 기쁨도 크다.
그저 싹난 감자를 구덩이 턱턱 넣어주고 흙을 덮어주기만 하면 일주일정도 뒤에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감자를 시작으로 당근, 무, 양파, 딸기 달별로 심을 수 있는 작물을 심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는 날씨에 변수가 생겼다.
노르망디는 본래 비가 많이 내리는 지방이다. 겨울에는 거의 내내 우기처럼 비가 내리고 여름 뜨거운 날에도 비가 간간히 내려 그리 더운 날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올해 봄이 시작되고 작물을 심는데 비가 기다려도 내리지 않는다.
간혹 보슬비가 밤에 내리기는 했지만 시원하게 비가 내려줘야 땅 사이사이가 촉촉해져 씨앗이 잘 틀 수가 있는데 시원한 비는 기다려도 내리지 않는다.
급기야 땅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이 시작되었다.
하루에 물을 두번씩 줘도 물이 부족했는지 당근과 무는 싹을 틀 기미를 안보였다.
그렇게 많은 작물들이 가뭄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감자 싹은 기어코 땅을 뚫고 자랐다.
작물 특성상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뭄에 힘들었을텐데
햇빛만 받고도 쑥쑥 자라주는 감자를 보며 왜 이렇게 프랑스사람들이 감자를 사랑하는지 알았다.
환경에서도 그저 뿌리내리고 잘 자라는 작물
수확 후 잘 보관만하면 일년내내 일용할 양식으로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고급요리는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게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사람도 감자같은 사람이 있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제 몫을 다하는 사람,
뭔가 감자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