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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쓸모없는 것들은 버려져야할까

늙은 젖소들의 최후

by 노르망디 시골쥐

예전에 마돈나가 노르망디를 언급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녀가 노르망디로 이주하고 싶다는 기사였는데 그 이유가 치즈와 버터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노르망디는 프랑스에서 낙농업의 중심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까망베르치즈는 노르망디가 원산지고

그 유명한 이즈니버터는 노르망디의 신선한 목초를 먹고 자란 젖소들이 만드는 버터다.


때문에 노르망디 들판을 보면 대부분 젖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육류소비를 위해 소를 키우는게 아니라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젖소를 키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렁소는 찾기가 힘들다.


집근처에도 젖소농가가 많은데 낮 동안에는 들판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키우는 듯 하다.


들판과 들판을 옮겨다니는 젖소들 때문에 한번씩 도로정체가 되기도 하지만 덕분에 소몰이를 구경하는 신기한 경험도 한다.


이런 젖소농사의 시스템(?)을 터득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뜻밖의 시스템이 등장했다.

우리 집 앞 농사를 계속 안 짓는 그냥 놔두는 작은 들판이 하나 있어서 그곳에 가끔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사람이 거의 왕래가 없으니 개를 자유롭게 풀어주기로 하는 공간인데 어느 날 부터 그곳에 소3마리가 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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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자유롭게 뛰어놀던 곳이라 내심 서운하게 여겨져 남편한테 물어봤다.


우리 집 근처에 나이든 목동이 사는데 그 분이 나이든 젖소 3마리를 그 곳에 옮겨놓은 모양이다.


대부분의 젖소농가는 우유를 생산할 능력이 떨어진 나이든 젖소들은 도살한다.

사료값을 아끼고 돌보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씁쓸한건 사실이다.


헌데 나이든 목동은 젖소들이 생산능력이 없다한들 죽이지는 못하고

그저 자연사할 때까지 풀을 먹이며 돌본다고 한다.


그런 목동의 마음을 아는지 나이든 소들은 평온하게 풀을 뜯고 따뜻해진 노르망디 봄을

만끽하는 것만 같았다.


지금은 생을 다했는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소들이 그곳에서 쉬는 동안 한번씩 인사를 건넸다.


맛있는거 많이 만들어줘서 고마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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