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게 너무 많다
나름 도시생활을 오래한 나는 프랑스 노르망디 시골에 왔을 때 여러모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곳에서나 잘 적응하면서 산다고 자부했지만 그건 짧은 여행을 통한 경험이었지
완전 삶의 터전이 바뀌는 상황을 나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적응이 좀 되어 계절마다 미리 준비해야할 것들,
무엇을 먼저 해야하는지 조금은 아는 단계에 와있지만 그래도 시골생활 루키다.
주변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시골 살면 불편하지 않아? 괜찮아"
물론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걸 커버해줄 장점도 많다.
어느 곳에든 살던지 불편한 점은 존재 하지 않는가. 불편하고 안 좋은 면만 보기보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 좋은 점 찾는 것이 내 성격인지라 그 질문은 나에게 긍정적인 물음은 아니다.
시골은 살면 살수록 신비한 것들이 많다.
특히 자연은 나에게 많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정제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매일 선사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자연에 무지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만물 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 만큼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존재들이 있다.
내가 존재하지 않던 세상에서 오래 전 부터 이어온 존재들이 바로 자연이다.
그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부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자연과 가장 가까운 시골이다.
얼마 전에 밖에 빨래를 널다가 이상한 움직임과 소리를 감지했다.
야생동물들도 다니고 가끔 쥐들도 출몰하기에 설마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리니
바닥 돌 틈으로 난 야생 꽃 근처에 새도 아닌 벌레도 아닌 생명체가 날개를 분주히 흔들며 꿀을 빨아먹고 있다.
세상 처음보는 존재라서 한참을 보다가 카메라로 담았다.
얼른 이름을 알고 싶어 구글을 검색해보니 '박각시나방' 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뭔가 털이 나있는거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벌새랑 착각도 한다는데 나방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귀엽다. 큰 부리가 인상적인데 빨대 꽂듯이 꽃 중앙에 꽂고는 꿀을 빨아드린다.
자연의 저런 모습을 보고 빨대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는 항상 자연에 일부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산다.
뭔가 대단하고 우리가 모든 것을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들,
자연 속에 파묻혀 살면서 만물을 경험하고 더욱 겸손하게 된다.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