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 미

by 컨트리쇼퍼


경매장의 조명이 내 얼굴을 핥는다. 뜨겁고 끈적한 빛 아래, 아이들이 무대 위를 걸어 나온다.

나는 번호표를 손에 쥔 채 관객석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처음 와보는 이곳의 공기는 이상하게 달콤하면서도 썩은 냄새가 난다.

마치 오래된 꽃다발이 부패하며 내뿜는 그런 향기처럼.


"14번, 보육원 출신입니다. 남아, 추정 연령 6세, 건강상태 양호합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경매장 벽면에 부딪혀 메아리친다. 무대 위의 아이는 그 작은 몸집으로 마이크 앞에 서서 또박또박 말한다.


"저를 선택해 주세요. 저는 무엇이든지 잘할 수 있습니다."


연습된 목소리였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저 아이의 눈 속에 무언가가 죽어 있다는 것을.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오래전에 꺼진 불꽃같은 것들이 그 눈동자 깊숙이 침전되어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체념이라는 걸 배운 눈이었다.

관객들이 번호표를 들어 올린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십만, 오십만, 백만... 숫자들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다닌다.

나는 무릎 위에서 번호표만 만지작거릴 뿐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그보다는 저 아이들의 눈빛 때문이다. 그들이 웃을 때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등골을 타고 냉기처럼 스며든다.


"14번은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


관객석 어디선가 질문이 쏟아진다.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마치 대본을 외우듯 대답한다.


"저는... 저를 선택해 주시는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생각입니다."


나는 속이 메슥거렸다.

낙찰을 알리는 종소리가 경매장을 가득 채운다. 박수 소리가 천장의 샹들리에를 진동시키는 사이로 다음 아이가 등장한다. 분홍색 발레복을 입은 소녀, 갓난아기 인형을 안고 있는 간호사 복장의 아이, 심지어 베개를 배에 넣어 임신부처럼 꾸민 고등학생까지.

각자의 '특기'를 뽐내기 위해 차려입은 의상들이 무대 조명 아래 기괴하게 반짝였다.

나는 견딜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며 내는 소음에 몇 사람이 돌아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정말 아이가 필요한 걸까, 아니면 그저 공허함을 메우려는 걸까.

경매장을 나서는 순간, 젊은 여자가 내 손목을 낚아챘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손은 마치 얼음덩어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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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곳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을 거닐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땅을 찾고, 그곳에서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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