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위손은 아니잖아요?

by 컨트리쇼퍼


미용실의 이름은 '가위손'이었다. 유머라기엔 너무 진부했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주 6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계산하면 하루 16시간을 속박당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또 잘랐다.

머리카락은 무한히 자라나고, 나는 무한히 그것들을 베어냈다.

시지프가 바위를 굴리듯이.

하지만 시지프와 달리 나에게는 신화조차 없었다.


월급날. 통장에 백만 원이 떨어졌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액수. 계산해 보니 시급 천오백 원. 이것이 내 존재 가치의 전부였다.


"사장님, 그만두겠습니다."


사장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체념과 조롱, 그리고 어떤 절대적 확신이 섞여 있었다.


"어디 가서 더 나은 조건을 찾겠다고? 다 똑같아. 거긴 제품값도 네가 부담하고, 밥값도 따로야."


그 말이 뇌리에 박혔다.

정말 모든 곳이 똑같을까? 이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기계가 어떻게 이토록 완벽하게 동조화되어 있을까?


"그럼 일주일만 쉬겠습니다. 2년 동안 쉰 날이 열흘도 안 됩니다."


사장은 흔쾌히 허락했다. 단, 월급에서 20만 원을 공제하겠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나는 탐정이 되었다. 이력서를 뿌렸다. 면접장을 전전했다. 도시의 모든 미용실을 순례했다.

결과는 뻔했다. 사장의 예언이 적중했다. 동일한 조건, 동일한 시스템, 동일한 대사들.

기묘했다. 자본주의 사회인데도 모든 미용실이 하나의 중앙집권적 의지로 움직이는 듯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알고리즘이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돌아왔다. '가위손'으로.

그 사이 사장은 신입을 들였다. 겉보기엔 사람 같았다. 사장이 소개했다.


"로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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