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티브 펄슨

by 컨트리쇼퍼


처음부터 나는 예민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랬다는 전언이다. 언니를 임신했을 때는 멀쩡했던 엄마가, 나를 배고 있을 때만큼은 온갖 과일을 찾아다니며 간신히 버텼다고 했다.


"너는 뱃속에서도 까다로웠다니까."


엄마는 그렇게, 나의 예민함을 마치 저주받은 혈통처럼 설명하곤 했다.

너는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애들과 달랐다고. 뱃속에서부터 예민했다고.

그 말을 믿고 살았다. 아니, 믿어야 했다.

그것만이 내가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서사였으니까.


어릴 때는 엄마가 골라준 옷을 절대 입지 않았고,

급식에 요구르트 대신 우유가 나온 날엔 교무실로 항의하러 갔다.

선생님은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라 평했지만, 아이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쟤 좀 예민하지 않아?"


그 말은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피부에 달라붙은 가시처럼, 떼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예민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온몸이 상처 난 채로 사는 것과 같았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비명으로 들리고, 모든 시선이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예민한 사람 = 감정이 많고, 피곤하고, 까다롭고, 결국엔 피해야 할 사람.


밤마다 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거대한 촉수를 가진 생명체가 된 나.

수천 개의 감각 기관이 온몸에 돋아나 있었고, 세상의 모든 진동과 온도 변화, 감정의 파장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무력했지만 동시에 전능했다.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아무것도 피할 수 없는 존재.

깨어나면 피부가 따갑게 아팠다. 마치 밤사이 누군가 내 온몸을 바늘로 찔러놓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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