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가장 정교한 거짓말이었다.
내가 진정 갈망했던 것은 소멸.
완전하고 절대적인.
타인의 살갗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나라는 존재의 흔적을 한 점 남김없이 지워버리는 것.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악성 종양처럼 번식했다.
아버지의 주먹이 내 뺨을 찢던 순간들, 거울 속에서 마주치던 공포에 질린 얼굴.
그 모든 것들로부터 도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나는 절망적으로라도 믿고 싶었다.
연기 연습을 할 때면 기묘한 현상이 일어났다.
거울 속 내 얼굴이 물처럼 일렁이며 변형되는 것이었다.
처음엔 피로로 인한 착시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변화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내가 타인을 연기할 때, 나는 정말로 그 타인의 껍질을 입었다.
백 번의 오디션.
백 번의 거절.
한 감독이 무심코 내뱉은 독.
"코만 조금 높이면 쓸 만할 텐데."
그 순간부터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납작한 코만이 보였다.
모든 실패의 원죄처럼, 그것은 내 얼굴 중앙에 흉터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원룸 보증금 오백만 원을 털어 수술대 위에 누웠다.
의사는 친절하게도 이마 보형물까지 서비스로 넣어주었다.
"더 조화로워 보일 거예요."
거울 속의 얼굴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내 것인지는,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정체성이란 것이 과연 고정된 실체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백일 번째 오디션에서도 탈락했다.
감독은 내 얼굴이 "플라스틱코스하다"라고 혹평했다.
그 의미를 묻자, 그는 기이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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