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외계인

by 컨트리쇼퍼


돈이라는 것의 무게를 처음 깨달았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때 나는 그것이 일종의 방어막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쌓아두면 언젠가 평범한 삶의 궤도 위에 안착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돈은 예상과 달리 새로운 갈망을 불러왔다.

더 높은 곳에 대한, 더 멀리 보이는 지평선에 대한 끝없는 목마름을.


서른여섯에 해외 박사과정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예측 가능했다.


"이제 결혼은 틀렸네."

"가임기가 다 지나가는데."


부모님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국제전화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

나는 애써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어떻게든 되겠죠."


무엇이 나를 그토록 앞으로 밀어붙였을까.

매번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더 높은 봉우리가 보였고,

도달할 때마다 찾아오는 공허함은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

마치 내 안에 결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박사 2년 차, 서른여덟이 되던 해 어느 금요일 저녁이었다.

연구실 창밖으로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가슴 한편이 저리게 아파왔다. 왜 나는 여기 혼자 앉아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고, 사랑하고, 아이를 낳는데.

여자로 태어나 이대로 죽어간다면...

아이 하나 가져보지 못한 채...

그게 정말 괜찮은 일일까?

이상했다.

지금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없던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 몸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동료 레아가 말했다.


"너도 느끼기 시작했구나. 생체시계라는 게 있어. 어느 순간 몸이 속삭이기 시작해.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중요한 걸 영영 놓치게 될 거라고."


"그런 원시적인 충동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 말은 이미 내 안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박사 3년 차 겨울, 덴마크 출장길에서 나는 유난히 많은 아이들을 보았다.

아버지들이 유모차를 밀며 카페에 앉아 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서른아홉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무겁게 다가왔다.


그날 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삭의 배를 안고 혼자 걷는 여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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