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함도 병일까

by 컨트리쇼퍼


인색함이 병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것이 나를 잠식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 그 소리를 들은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딸깍, 딸깍. 머릿속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계산되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가 연필을 빌려달라고 할 때마다 자동으로 작동했다.

연필 1개 시장가격 50원, 지우개 사용 예상치 약 3분의 1, 총 예상 손실액 63원.

나는 그것이 모든 사람의 뇌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줄 알았다.


"쟤 진짜 짠돌이야."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하지만 나는 단지 논리적으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런 방식으로 사고했으니까.

어머니는 마트에서 1원 단위까지 계산하며 장을 보셨고,

아버지는 전력 절약을 위해 저녁 8시에는 어김없이 모든 조명을 소등하셨다.

동생 역시 학용품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거부했다.

우리는 서로의 이런 특성을 자연스럽게 수용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중학교 진학 후 나는 의도적으로 그 소리를 숨기려 시도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가끔은 내가 손해 보는 일도 감수했다. 하지만 머릿속 계산기는 멈추지 않았다.

친구와의 대화 시간도, 공동으로 지출한 금액도, 주고받은 호의들이 모두 정밀하게 기록되었다.


나는 그것들을 노트에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민지로부터 받은 것: 볼펜 1개, 과자 절반, 정서적 지지 3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컨트리쇼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태어난 곳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을 거닐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땅을 찾고, 그곳에서 글을 쓰고자 합니다.

3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5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