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4일
나는 이 기록이 발견될 확률을 계산해 보았다. 대략 0.003%쯤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상당히 운이 좋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일 것이다.
내 이름은 김서현이다. 스물아홉 살. 통계적으로 보면 내 연령대에서 자살은 사망원인 1위다. 절대적 수치로는 고령층이 더 높지만, 다른 죽을 이유가 별로 없는 나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연의 일치일까?
성격을 분류하자면 비관론자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현실 인식 능력이라고 부르는 쪽을 선호한다.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희망이라는 건 대부분 착시 현상이고, 절망은 정확한 측정값이다.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명확하다. 곧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라진다는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존재의 형태가 바뀐다고 해야 할까? 물질에서 기억으로, 개체에서 데이터로.
혹시 이 글이 불편하다면 지금 당장 그만 읽어도 된다. 나 역시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쩌다 보니 그런 진실들만 남게 되었다. 편안한 거짓말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이것은 한 사람이 소거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관찰 기록이다.
동시에 다른 무언가로 변환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변환이 완료되면, 아마도 이 기록을 쓰고 있는 '나'라는 주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2024년 2월 28일
킬러를 배출해 낸 호텔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호텔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당연하다. 그런 곳이 진짜 있다면, 모를 수밖에 없겠지.
나는 그 호텔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정말로, 우연히.
아니, 우연이라는 말이 맞나?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게 너무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마지막 남은 방 번호, 내 이름과 나이까지. 마치 누군가 나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 같았다.
그때 내 인생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셨고,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잘렸다. 7년 사귄 남자친구는 내 절친과 바람을 피웠고, 전세금은 사기를 당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죽기로 했다. 영화에서처럼, 딱 한 번은 나를 위해 좋은 곳에서 돈을 쓰고 죽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2024년 3월 1일 - 새벽 3시
호텔 방에서 모든 걸 준비했다. 칼, 목줄, 수면제. 영화에서 본 것들 말이다.
이제 정말 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문이 열렸다. 서서히, 소리 없이.
모르는 남자가 칼을 들고 들어왔다. 나를 향해 돌진했다.
순간, 죽으려고 준비했던 칼이 살기 위한 무기가 되었다. 본능이었다. 정말로, 살고 싶다는 본능이었다.
내가 그 남자를 찔렀다. 깊숙이, 정확히.
피가 사방에 튀었다. 내 손에도, 얼굴에도, 하얀 호텔 시트에도.
그 남자는 아직 죽지 않았다.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나는 자살용으로 준비했던 밧줄로 그의 몸을 칭칭 감았다.
이상했다. 무서워야 할 텐데, 오히려 흥분되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더 무서웠다.
2024년 3월 1일 - 오전 6시
로비로 내려가 항의하려고 했다.
아무나 방에 들어올 수 있는 호텔이 어디 있냐고. 보상을 요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배인이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킬러의 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들은 진지했다.
앞으로 1년간 이 호텔에서 머물며 킬러가 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숙식은 무료. 훈련도 무료. 졸업 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벌 수 있다고.
나는 웃었다. 죽으려고 온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제안받다니.
2024년 3월 7일
연회장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샹들리에 불빛 아래 정장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호텔 연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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