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실화다. 적어도 나에게는.
엄마가 처음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열세 살이었다. 생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낯설고, 거울 속 얼굴마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던 시절이었다. 엄마는 설거지를 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너는 원래 쌍둥이였어. 그런데 한 명이 자연유산됐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도꼭지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그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엄마의 뒷모습, 창문으로 스며드는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 그리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알 수 없는 무거움.
"다른 한 명은 어디로 간 거예요?"
"의사가 그러더라. 하나가 너무 강하면 다른 하나는 저절로 사라진다고. 넌 태어나기도 전부터 강했어."
강했다는 말이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섞여 있었다. 마치 나라는 존재가 이미 그때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무언가였다는 듯이.
그날 밤, 나는 사라진 쌍둥이를 상상했다. 그 아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와 똑같았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이었을까? 그 아이가 살아났다면 나는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십 대와 이십 대를 나는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 살았다. 대학에 들어간 후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취하면 늘 같은 꿈을 꾸었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꿈. 그 누군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나를 원망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오래가지 못했다. 친해질 듯하면 어김없이 무언가 잘못되었다.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걸까, 아니면 상대방이 나를 견디지 못했던 걸까. 결국 모든 관계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며 끝났다.
서른 살 생일날, 나는 거울 앞에서 울었다. 거울 속의 나는 너무도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거울 속의 내가 정말 나일까? 아니면 사라진 쌍둥이가 거울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그날,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과거와 연결된 모든 끈을 끊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원도의 작은 마을에 자리한 서점은 내게 피난처 같은 곳이었다. 주인은 미국에 살면서 가끔씩만 한국에 들어왔고, 나는 혼자 조용히 책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서점에는 오래된 책들이 많았다. 어떤 책들은 표지가 바래고 모서리가 해져서, 마치 오랜 세월을 견뎌온 생명체처럼 보였다.
나는 그 책들을 정성스럽게 닦으며 생각했다. 종이조차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약한 걸까?
십 대와 이십 대의 기억들은 점점 흐릿해졌다.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중요한 건 지금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서점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나는 다시 세상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불안이 엄습했다. 혹시 과거의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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