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안의 근원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것은 내 안에 서식하는 기생충처럼,
숙주의 감정을 먹고 자라면서도 자신의 정체를 끝내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건을 맞닥뜨린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왜 밤마다 이유 없이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나는지,
왜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지를.
어떤 기억들은 우리를 찾아온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건 발생 4일 전
모임에 가기 싫었다.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과거의 내가 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지금의 내가 아닌, 자기희생을 하면서까지 웃음을 주던 그 아이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나가기로 했다.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음식점에 갈까. 그런 사소한 고민들이 전부였다.
사건 발생 3일 전
이자카야의 붉은 등이 정신을 어지럽혔다.
친구들은 십 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술도 못 마시면서 허풍을 떨던 우스꽝스러운 과거를.
"이제 진짜 술을 안 마시네? 어지간하면 마실 줄 알았는데."
"술 끊었으니까."
그때 그녀가 다가왔다. 그리 친하지 않았던 친구. 얼굴이 상기된 채로.
그녀는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아이가 아니었다.
기자가 된 후로 그녀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
"너는 네 본질 자체를 의심해 본 적 없어?"
그 말이 내 안의 무언가를 깨웠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우연히 네 출생신고서를 봤거든."
출생신고서? 내 출생신고서를 왜?
그녀가 보여준 화면 속에서 낯선 이름이 보였다.
'조연주.' 내 성은 분명 최 씨인데, 태어나자마자 올라와 있던 이름은 조 씨였다.
그리고 주민등록초본과 상세 내역 증명서.
내 이름이 다섯 번이나 바뀐 기록들까지.
"그동안 정말 몰랐어?"
알 리가 없었다. 남들이 일할 때 나는 집에서 웹툰만 그리고 있었으니까.
"네가 이룬 모든 부가 네 친모 덕분이라는 거 알아? 사기 15 범인 그녀 말이야."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모든 것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 내 삶이 순탄치 않을 거라고, 미리 예고편까지 남겨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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