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by 컨트리쇼퍼


여드름이 났다.

턱 밑, 단 하나. 작은 붉은 점이었다.

작고 생생한 고름을 품고 있었다.

고름을 짜낼 때, 무언가 단단한 것이 피부 안쪽에서 저항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다음 날, 바로 옆에 또 다른 점이 솟아올랐다.

다시 짜냈다. 하지만 그것들은 멈추지 않았다.

여드름은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해안선을 그리듯, 왼쪽 귀밑에서 시작해 턱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번져갔다.

정확하게, 의도적으로.

나는 그 진행을 지켜보며 이상한 질문을 떠올렸다.

이것은 병인가, 아니면 몸이 보내는 메시지인가.


"이제 좀 포기해."


포기하면, 난 갈 곳이 없었다. 고시 준비만 3년.

취업을 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길어졌다.

붉게 부어오른 피부, 눈꺼풀까지 번진 염증.

얼굴이라는 지형이 낯설게 변해갔다.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당황했고, 그 당황은 분노로 변했다가, 다시 멍한 무기력으로 가라앉았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피부과에 갔다.

비싼 레이저와 알약들, 약간의 희망과 함께.

하지만 다음 날, 피부는 더 붉어졌고, 눈 안쪽까지 부었다.

이제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웠다.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왜 전화를 안 받아, 무슨 일 있어?”

“피부가 망가졌어.”

“사진 좀 보내봐.”

“싫어.”

“당장 보내.”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사진을 요구했고, 나는 의무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화면 속 내 얼굴은 낯선 행성의 지도처럼 보였다.

결국 보냈다.

곧 전화가 다시 왔다.

엄마의 목소리는 달랐다.


“지금 올라갈게.”

“오지 마.”

“그럼 네가 내려와.”


통영.

어릴 때 도망치고 싶던 곳.

이제 그 바다가 조금은 그리운 곳.

짐을 쌌다.

원룸은 죽은 책들의 무덤이었고, 나는 고시오패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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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곳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을 거닐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땅을 찾고, 그곳에서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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