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2) 숨이 차오를 때까지 깊이 들이마시고 싶어!
처음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푸른 하늘을 보는 날보다는 잿빛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아졌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해졌다...
이거 참 큰일이다...
건강염려증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미세먼지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맙소사... 내가 가지고 있는 질환들이잖아?
충격 그 자체였다.
갑자기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고 자연스러워야만 하는,
아니,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에 화가 많았던 나는 당연히 이런 사소한 것에도 화가 났을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숨.. 공기...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된 세상에 살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잿빛처럼 뿌옇고 밖을 나갔다가 들어오면 눈이 아팠고, 목이 칼칼했다.
생전 비염을 달고 살지 않았던 나는 비염 때문에 괴로워했고,
가뜩이나 약한 눈 때문에 결막염까지 달고 살았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싶어도, 산책을 마음껏 하고 싶어도 '미세먼지 나쁨'은 어느새 내 감정과 동일시되어,
항상 짜증 나고, 화가 나있는 상태가 되었다.
내가 이상한 것일까?
항상 이러한 고민의 질문은 결국에는 '내가 이상한 것일까?' 나를 탓하였다.
고개를 다시 절레절레 흔들고, 외부 환경에서 내가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열심히 찾아 헤맸다.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하는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 농도 체크.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었다.
내 몸이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한 걸 수도 있었으나, 사람마다 각자의 건강이 다르니
나는 내 건강을 위해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내가 떠나야만 하는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
사실 언제 가는 이러한 환경오염이 전 세계를 강타해서 좋은 공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가 되었든 지금 당장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남편은 한국을 전혀 떠날 생각이 없었다.
나 또한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할까 하는 걱정 때문에,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는 실천하지 못했다. 그저 그 마음을 꼬깃꼬깃 고이 접어두어야만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한국에서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화가 가득한 상태에서 살고 있었다.
가벼운 일에도 짜증이 났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는걸?'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힐 것만 같았다...
점점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고이 접어두었던 해외를 갈망하는 마음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아닌데..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다시 눌러도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렇게 해외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기는 이르다! 의 결론에 이르렀다.
나가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마살이 다시 도진 건가?'
역시 항상 끝나는 결론이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나가지 않으면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고민과 질문 속에 나는 허우적 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받아들이려고 시도해 본다.
나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 진지하게 질문을 해본다.
Q- "넌 왜 한국 사람인데, 한국에서 살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답정너였던 나는 항상 똑같은 대답뿐이었다.
A- "나도 몰라. 내가 알았으면 이러고 있겠어? 그래 가끔은 그럴 바에야 에이 모르겠다 하고, 차라리 나가는 편이 낫지 뭐! 생각도 한 적도 있고, 인생은 한 번뿐인데... 뭐 어때?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는데... 결국에는 못 나가잖아. 근데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들어. 이렇게 불평만 하고 있을 바에야 진짜 나가보는 게 어떨까 하고..."
꽤 솔직한 대답이었다.
나는 컴퓨터를 켜서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계획이라는 것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 언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꿈이라도 꿔보자! 그러면 언젠간 되겠지!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 나의 경험담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나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질문 몇 가지를 다시 나에게 던져야만 했다.
이 질문은 제대로 대답하자!
Q- "그래서 해외 한 곳에서만 살고 싶은 거야? 아니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은 거야?"
A- "여러 나라! 갈 수 있으면 최대한 많이. 그래서 나한테 가장 잘 맞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
Q-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데?"
A- "어떤 나라보다는 일단은 자연과 도시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
Q- "정말 그게 끝이야? 다른 건 없어?"
A- "음..."
이렇게 질문하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다.
다시 컴퓨터를 켰다. 메모장에 기획안을 작성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컨트리 쇼핑이라는 단어였다.
오래전 다큐멘터리 하나를 본 적이 있었다.
한국인이었지만, 어린 시절 해외입양을 갔던 여자였다.
미국으로 해외입양을 갔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나라에 소속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자신을 버린 나라, 한국에서 살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찾아 헤맸다.
자신에게 잘 맞는 나라를... 그녀가 한 말이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꼭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 살아야 한다는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자신한테 잘 맞는 나라에 가서 살면 되는 거죠."
그 말에 힘을 얻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평생을 자랐지만, 왜 항상 소속감을 갖지 못했을까?
'내 정체성은 어디로 가야지 찾을 수 있는 걸까?'
그런데 그분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컨트리 쇼핑...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래, 가볍고 경쾌하게 시작하자!
지금 나는 컨트리 쇼핑을 하러 가는 거야!
평소에 쇼핑을 좋아하지 않던 나는 그동안 아껴두었던 마음을 이 컨트리 쇼핑에 쏟아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