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워킹홀리데이
1년간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세 달의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난 매일같이 호주에서의 시간을 회상하며, 한국 생활에 다시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호주에 있었을 때는 초기 정착이 가장 힘들었었다.
아마 초창기 때는 누구나 힘들 것이다.
하지만 힘들었던 감정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호주에서의 도전은 좋은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다.
혹시라도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것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 나이가 서른 살인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놓고, 가는 것이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가고자 한다면, 인생에 한 번 있을 워킹홀리데이를 도전하라고 응원하고 싶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처럼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는 비자를 받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유학원에서 일을 해보았기 때문에 비자에 대한 어려움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호주로 떠난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둘 다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한국에서 바버 자격증을 따자마자 바로 호주로 날아갔다. 재미있는 건, 호주는 나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접을 보고 트라이얼을 통해 채용하는 시스템이라서, 능력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스태프부터 시작해야 했을 테지만, 호주에서는 바로 바버로 일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유학원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유학원에서의 업무는 호주의 이민 시스템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유학원 이야기는 추후에 또 하도록 하자!)
호주는 세계에서 시급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다. 남편은 시간당 28불, 나는 25불의 시급을 받고 일했다. 당시 호주 달러의 환율을 생각하면 한국에서 받던 월급과 비교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시급 덕분에 어느 정도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고, 일하면서도 일상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현재 호주의 최저시급은 $24.10 AUD라고 한다.)
우리는 회와 해산물을 정말 좋아한다. 호주에 가면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신선한 해산물이었는데, 그 기대는 완벽히 충족되었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굴과 회를 맛볼 수 있었고, 바비큐 문화도 빼놓을 수 없었다. 문제는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살이 부쩍 찐 것이다. 아마 호주 생활에서 가장 달콤한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호주에 가기 전에는 호주의 와인과 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 유명한 와이너리와 현지 맥주 브랜드 덕분에 매일 저녁이 축제 같았다. 호주 와인의 깊이와 다양한 맛은 정말 놀라웠다.
현지 마트(Dan Murphy's, BWS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품질 좋은 와인은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호주의 대자연은 어느 도시에서나 특별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테즈메니아를 비롯해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도시마다 다른 자연의 경관이 우리를 매료시켰다. 특히 테즈메니아의 자연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호주는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나라라서, 평소에 도시 생활을 하다가도 주말이면 한적한 해변이나 숲으로 떠날 수 있어서 좋았다.
호주가 커피 강국이라는 건, 가서 직접 체험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정말 많은 카페를 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었는데, 커피의 맛뿐만 아니라 그들의 '카페 문화'가 매력적이었다. 대부분의 카페 직원들은 손님에게 친절했고,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짧은 스몰토크를 나누는 게 일상이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라는 짧은 대화가 주는 따뜻함은 호주에서의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침마다 카페에서 만나는 커피 한 잔과 그곳에서 시작되는 사소한 대화는, 하루를 활기차게 여는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호주의 커피는 맛도 뛰어났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녀본 카페들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고, 그곳에서 마신 커피는 어느새 우리의 호주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물론 득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호주의 렌트비는 만만치 않았다. 집값이 꽤 비쌌고, 나는 6개월 정도 일하다가 나머지 6개월은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편 혼자 벌어야 했었다. 높은 시급 덕분에 겨우 버틸 수 있었지만, 그래도 생활비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전히 존재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해냈고, 결국 호주에서의 경험은 한국에서도 큰 자산이 되었다.
호주에서의 워킹홀리데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삼십 대에 시작한 이 도전은 남편과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 주었다. 일도, 자연도, 문화도 모든 것이 새로웠고 그 경험들이 우리 인생에 소중한 페이지로 남았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더 이상 상투적이지 않다는 걸 느끼며,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