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현장의 문제를 테크로 해결하는 일
쿠팡이츠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서비스다. ‘맛있는 음식을 빠르고 편리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쿠팡이츠 UX 디자이너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식을 배달로 즐기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쿠팡 UX팀 안에서 ‘문제 해결’이라는 동일한 목표와 프로세스에 따라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지만, 쿠팡에 비해 누적 데이터나 검증 사례가 적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하는 과정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문제 풀이에 앞서 쿠팡이츠 UX팀은 전체 서비스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부터 파악한다. 쿠팡이츠의 고객은 업주, 배달 파트너, 소비자로 나뉜다. 고객에 따라 매장 및 주문 관리, 배달 운영, 식음료 콘텐츠를 소비하는 서비스가 별도로 존재하는데, 디자이너는 이 세 가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넓은 시야에서 각 고객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경험을 설계하는 만큼 고객 관점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여러 고객 관점을 두고, 어떻게 문제를 발굴하면 좋을까?’
쿠팡이츠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은 모두 온라인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어, 소비자가 남긴 로그 데이터나 구매 데이터 등으로 어느 정도 문제 상황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주문한 음식을 받아본 후에도 배달 평가와 리뷰, 고객센터 문의를 통해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업주와 배달 파트너가 사용하는 앱은 오프라인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된 서비스다. 업주가 매장을 관리하거나 주문 수락 후 음식을 만들어 내보내는 과정, 배달 파트너가 음식을 픽업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 예기치 못한 소비자의 피드백에 대응하는 과정 등 모든 오프라인 환경에는 데이터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정성적인 부분들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배달 수요가 증가하자 쿠팡이츠 UX팀은 많은 사람들이 배달 파트너에 지원할 수 있게끔 다양한 배달 수단과 쉬운 가입 절차를 제공해 신규 배달 파트너들을 대거 유입시킬 수 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배달 파트너 앱을 설치했지만 한 번도 배달을 하지 않은 유저’들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진행하면서, 배달 전문 인력이 주를 이루던 플랫폼에 초보자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확인했다. ‘앱 설치 후 이탈 데이터'로 방해 요소가 되는 지점을 확인하면서 정성, 정량적인 문제를 교차 검증한 결과, 서베이와 데이터, 그리고 기존 VOC(Voice Of Customer)에서 공통적인 문제 상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배달 경험이 없는 파트너가 실제 배달에 나섰을 때, 배달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느낀다는 문제였다. 앱에서 제공하는 튜토리얼을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초보자가 배달을 바로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 쿠팡이츠 UX팀은 현재 튜토리얼과 신규 파트너의 온보딩 문제를 더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해 직접 배달 파트너가 되어 현장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먼저 2인 1조로 팀을 구성해 각각 도보, 자전거, 자동차로 배달을 나섰다. 쉴 새 없이 알림이 울리면 어쩌나 긴장한 마음과 달리, 앱은 예상외로 잠잠했다. 어디로 가야 주문이 들어올지조차 예상할 수 없어 몇 분을 멀뚱히 기다리다, 매장이 많이 밀집된 지역으로 이동한 뒤에야 첫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팀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주문 알림을 켜자마자 튜토리얼을 확인할 틈도 없이 계속해서 배달이 밀려든 것이다. 배달 과정을 알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으나, 신규 파트너가 이런 상황을 겪게 된다면 당황할 것이 분명했다.
배달 중에도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이어졌다. 운전을 하거나 음식을 들고 가는 중에는 양손이 자유롭지 못해 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웠고, 매장 혹은 배달지의 주차 공간을 찾거나 건물 출입구를 찾기까지 내비게이션만으로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존재했다.
현장 체험을 마친 뒤, 쿠팡이츠 UX팀은 초보자가 배달을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정리했다.
• 배달 전 - 가입은 했지만 경험이 없어 배달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심리적 부담감'
• 배달 시작 -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 때, 주문이 많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배달 과정에 대한 인지 부족'
• 배달 중 - 양손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앱을 계속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이동 중 사용성 문제'
배달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 제공되는 튜토리얼이었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보니 튜토리얼을 읽지 않고 건너뛰거나, 너무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어 모든 내용을 습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첫 주문부터 붕 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실제 배달이 시작되더라도 튜토리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움직여야 했다. 많은 양의 정보를 단벌로 제공하는 기존 튜토리얼 방식은 신규 파트너의 온보딩을 제대로 돕지 못했다. 신규 파트너들에게는 상세한 가이드 한 판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Trigger)가 필요했다.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허들을 낮추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배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설계가 중요해 보였다.
배달 과정을 미션처럼 진행해보면 어떨까?
기존 게임에서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튜토리얼 없이도 쉬운 연습 게임이나 미션을 통해 각 단계마다 방법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배달도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 단계별로 퀘스트를 달성하는 기능을 제공한다면, 처음 앱을 접하는 배달 파트너들도 배달 과정을 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를 가설로 세워 단계별로 미션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Step 1. 배달 시작하기 - 시작 단계에서 동기 부여
첫 화면 상단에서 ‘배달을 시작해보세요→’ 옆의 토글 버튼을 누르면 배달 시작 상태로 활성화된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미션과 안내사항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화면 안에 다양한 위젯을 배치했다. 또한 배달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오늘의 목표 설정’ 기능을 제공했다. ‘운동하듯이 배달하기’, ‘피크 타임에 꾸준히 참여하기’, ‘많이 배달하고 수입 얻기’ 등의 목적에 따라 목표 금액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여 꾸준한 배달 경험을 장려했다.
Step 2. 배달 주문 건 찾기 -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정보 제공
기존 배달 파트너들의 배달 패턴과 노하우도 큰 도움이 됐다. 경험이 많을수록 배달 수요가 많은 지역 혹은 매장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그 주변에서 대기하거나, 주문이 많은 피크 타임과 장소를 동료들과 공유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에 착안해 지도에 보이는 지역마다 말풍선을 달아 ‘주문 활성 상태‘와 ‘평균 배달 수입’을 노출했다. 히스토리가 부족한 신규 파트너들도 주문이 밀집된 지역과 예상 수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였다.
Step 3. 지정된 장소로 배달하기 - 매장 찾기, 배달지 정보 안내
현장을 직접 체험할 때 매장, 배달지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거나 잠시 정차할 곳을 발견하지 못해 업주나 소비자에게 전화를 거는 상황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달 파트너가 주문을 수락하기 전 미리 '매장 찾기 팁'과 '주차 팁'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배달지 정보 또한 음식을 수령하는 단계에서부터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매장/배달지 찾기 팁’은 실제 위치와 주변 환경을 아는 사람, 즉 업주와 소비자가 제공해야 하는 정보였기에 이들이 사용하는 매장 관리 앱과 쿠팡이츠 앱에도 직접 팁을 작성하는 화면을 추가해 세 가지 앱을 동시에 개선했다. 유기적인 관점으로 업주와 고객이 직접 위치와 주차에 대한 상세 내용을 적게 만들고, 이를 배달 파트너 앱에 띄우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신규 배달 파트너의 적응을 도운 이 프로젝트는 내부 데이터 분석과 UX 리서치를 넘어, 실제 피지컬 경험을 통해 더 중요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더불어 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때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앞서 발견한 신규 배달 파트너의 사례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문제들이었다. 우리는 이 좋은 선례를 쿠팡이츠 UX팀만의 문화로 정착시키고 싶었다. 쿠팡이츠를 담당하게 되는 모든 디자이너가 실제 작업에 앞서 온보딩 과정 중 하나로 현장을 체험해본다면 익숙지 않은 고객의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서비스 전체 프로세스를 데스크에서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파악하는 데 효과적일 거란 확신이 들었다. 우리는 이 체험 과정을 공식 온보딩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아기 치타 가이드’라 명명했다.
아기 치타 가이드는 Talk(대화하기), Move(움직이기), Share(공유하기)의 세 단계로 나뉜다. ‘쿠팡이츠 배달 체험’에 해당하는 Move 단계에는 배달 파트너 체험 과정이 담겨있다. 버디와 함께 2인 1조로 직접 배달에 나서, 실제 주문을 받는 것부터 소비자의 집 앞에 배달을 완료하는 전 단계를 체험한다. 원하는 일자를 골라 반나절 정도 공식적으로 데스크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일정에 대한 부담도 적다. 마지막에는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나 인사이트를 따로 메모하여 팀원들과 공유할 수 있다.
가이드는 내부적으로 큰 호응을 얻어 현재는 쿠팡이츠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PO, 개발자, 마케터 등 이해관계자들도 선택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도록 참여 대상을 확대했다. 또한 모든 고객 관점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반영해, 현재 준비 중인 2.0 버전에는 배달 파트너 뿐 아니라 매장의 업주를 직접 관찰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인터뷰해 볼 수 있는 세션도 포함시키려 한다.
쿠팡이츠 UX팀은 쿠팡 디자인의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딥 다이브(Deep Dive)가 필요한 단계마다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며 자체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체험을 통해 문제를 찾고 가이드를 만들어낸 과정도 쿠팡이츠만의 유연한 체계와 문화 속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스타트업 같은 환경에서 디자이너는 보다 넓은 역할과 관점을 갖고 서비스의 가파른 성장에 기여하는 중이다. 온∙오프라인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발견한 고객의 문제를 테크로 해결하는 일, 쿠팡이츠만의 빠르고 맛있는 고객 경험을 위한 디자이너의 미션이다.
Written by Jenn
Graphic Design by Liam
Edited by Ella
쿠팡 디자인과 함께할 쿠팡이츠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채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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