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발레 하는 쿠크다씨

빛과 소금 (2) 풀 업(Pull up)

by 쿠크다
메인.jpg

턴아웃을 시작으로 씨를 뿌리고 이제 골반에서부터 다리를 균형 있게 뿌리내리는 법을 알기 시작했다면, 그 뿌리를 잘 키워내는 것은 내 몫이었다. 뿌리내리고 풀 업으로 나무를 곧게 자라게 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KakaoTalk_20250618_072919377.jpg
풀 업 (Pull up)
몸을 길게 신장시킴으로써 무게중심의 위치를 높이고 보다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출처 : 네이버 발레 용어사전-


보통은 ‘업’이라 불린다. 이건 눈으로 보기에 까치발을 들 듯 발 앞꿈치로만 서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보이는 대로 단순히 까치발로 버티며 여러 가지 동작을 하면,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을 하는 앞꿈치와 점점 튼실해지는 허벅지와 종아리를 얻게 된다. 물론 나도 이 두 가지를 다 얻었다. 풀업이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발레를 약 7년을 배웠을 때쯤 비로소 이해했다. 턴 아웃과 짝꿍인 풀 업은 말 그대로 몸의 중심축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상투를 튼 내 머리를 누군가가 위에서 잡아끌어올리면 타고 내려오는 몸 전체가 쭉 위로 펴질 것이다. 누가 계속 잡아끌어올려 주는 것처럼 스스로 몸을 쭉 끌어올려야 한다. 실제로 선생님이 종종 내 머리채를 잡고 위로 쭉 올려 주신다. 오죽 답답하셨으면 그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리채 잡힐 일 없게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건만 발레가 머리채를 잡히게 만들었다.


내가 나를 들어 올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 문제점을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하나씩 보완해야 했다. 우선 흔들림 없이 버티는 코어 근육이 가장 필요하다.

코어 근육
인체의 중심부인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이다. 등, 복부, 엉덩이, 골반에 걸친 근육을 통칭한다. 코어 근육을 강화하면 나이가 들어도 곧은 자세를 가질 수 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이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플랭크를 해야 한다. 플랭크로 코어근육에 전체적인 힘이 생기면서 사시나무 떨듯 떨던 몸이 점점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나무의 심지처럼 몸을 단단하고 곧게 펴는데 플랭크만 한 운동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플랭크 하게 해 주세요.)


다음으로 뒷무릎의 힘도 부족했다.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뒷무릎에 힘을 줄 일이 높은 선반에 그릇 꺼낼 때 외에는 없다. 여태 마냥 앞꿈치로만 버텼지, 뒷무릎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분석차원으로 영상으로 찍은 내 모습을 보니 서 있어도 무릎이 곧게 펴지지 않아 중심축이 바들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그래서 플랭크를 할 때 의도적으로 뒷무릎에 힘을 주어 펴는 연습을 했다. 확실히 뒷무릎에 힘이 무거운 몸뚱이를 홀로 버티던 나약한 앞꿈치에게 지원군을 되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골반을 끌어올리는 것. 선생님이 아무리 골반을 끌어올리라고 말씀하셔도 막막했다. 시범을 보이시며 “이렇게 골반을 끌어올리면~” 하실 때마다 선생님은 나와 신체 구조가 다른다고 확신했다. 아니 골반에 손잡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끌어올리라는 말인가. 선생님이 보기에도 내가 답답해 보였는지, 손으로 직접 골반을 잡고 끌어올려 주셨다. 마치 두 발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시는 것처럼, 버티는 내 몸에서 손을 떼시며 본인 힘으로 해내야 그 편안함을 느끼며 업도 안정감 있게 설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자전거 페달을 구르듯 엉덩이 근육과 골반의 속근육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그렇게 끌어올려 주실 때의 느낌을 기억하고 스스로 골반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연습했다. 대신 수업이 끝난 날 밤은 고관절과 엉덩이가 쪼개지는 것처럼 아파서 끙끙거리느라 잠을 잘 잘 수 없었다. 고통과 비례해 골반의 힘이 강해질수록 업을 서거나, 동작을 할 때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덤으로 종아리와 발의 고통도 줄어들었다. 이 맛에 골반을 드는구나! 개운한 마음에 무릎을 탁 쳤다.


온몸 구석구석 끌어올리기 시작하니, 몸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모든 걸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과해 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바로 눈치채신 선생님이 브레이크를 걸어주셨다. 가슴과 어깨까지 치켜 올라가서 보는 사람도 숨이 차다고 하셨다. 거울로 보니 확실히 외계인이 타고 온 UFO로 빨려 올라갈 것 같은 모습이긴 했다. 풀 업은 나무의 기둥을 세우는 것이지 나뭇가지까지 위로 모두 솟구쳐 오르는 게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해결 방법은 심호흡을 하듯 어깨와 가슴을 쓸어내리고, 흉곽을 꽉 조이는 것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나뭇가지가 방향을 잡아 예쁘게 뻗어나가는 것처럼 겨드랑이 안쪽에 힘을 줘서 팔이 흐느적대며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잡아야 했다. 정말이지 풀업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언제는 끌어올리라고 하고 언제는 진정하라고 하고 어쩌라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마다 나는 나무를 떠올린다. 그럼 좀 더 풀업을 수행하기 쉬워졌다.


KakaoTalk_20250618_072919377_01.jpg

검은색 화살표는 턴 아웃을, 파란색 화살표는 풀업의 방향을 나타낸다. 특히 골반과 코어의 화살표는 진하니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빨간색 화살표는 풀업에 딸려 올라가지 않게 어깨와 흉곽을 닫는 것을 나타낸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야 안정적인 풀업이 되는 것이다. 챙길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내가 아직도 이모양인가보다.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 현대인들이 편하게 쓰고 있는 몸의 방향을 다 정 반대로 사용하면 풀업이 완성될지도?


턴 아웃과 풀업을 몸으로 느끼며 깨달은 사실은 불편하고 힘들수록 더 곧고 안정감 있게 몸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턴아웃+풀업= 발레'라고 확신이 들 정도로 모든 동작에서 턴 아웃과 풀업을 유지해야 한다. 원장님은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기만 해도 내가 폼만 잡은 것인지, 풀 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눈으로 보인다고 한다. 프레 파라숑(준비 자세)만 하고 있어도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심신에 긴장감이 돌 수밖에 없다.


나무가 뿌리가 완전히 자란 뒤 기둥과 가지가 순차적으로 성장하지 않듯이, 성장하는 모든 유기체는 각 부분이 따로따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조금씩 자라나 개체를 완성한다. 발레도 마찬가지다. “내가 턴 아웃을 무조건 해내겠어!!” 하고 턴 아웃만 몇 달 동안 연습을 한다고 턴 아웃이 척척 되는 것도 아니고, "다음 단계 풀업을 부셔보자!!!" 하며 게임 속 미션처럼 하나씩 클리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각각의 요소 하나하나가 어우러져 단련되지 않으면 모든 동작을 균형 있게 소화해 낼 수 없다. 발레를 하다 보면 몸에 엄청난 탄성의 고무줄을 감고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전력을 다해 전진한다고 월등히 나아지지 않을뿐더러 잠깐만 발에 힘을 풀면 무서운 속도로 퇴보한다. 이걸 알면서도 발레를 놓을 수 없는 게 발레의 매력인지 마력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5 발레 하는 쿠크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