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토슈즈 (Toe shose)
토슈즈를 만든 사람을 찾다 보니 발레의 역사를 하이패스로 훑어보게 되었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프랑스 유럽 전역으로 퍼진 발레 역사의 흐름은 크게 궁정시대 발레 -낭만주의 발레- 고전주의 발레- 신고전주의 발레- 현대로 나뉘었다.
14-15세기 궁정발레시대 때는 최고 높은 신분의 남자들만 무대에 섰다고 한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화려하고 세다!!' 뭐 이런 걸 뽐내고자 화려한 장신구, 옷, 가발을 치렁치렁 달고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신발도 당연히 화려하고 앞이 뾰족한 슬리퍼 같은 모양새였다. 몸에 호화로운 모든 걸 치렁치렁 걸쳤으니 동작이 자유롭지 못했고 팔과 발의 움직임 동작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또, 16세기 프랑스 루이 14세가 발레를 너무 사랑해서 발레로 권력을 뽐내며 호화스러운 궁정발레에 끝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적인 발레 학교도 세우고 발레가 대중화되는데 큰 힘을 쏟았다고 한다. 루이 14세 왕 버프로 좋아하는 걸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여하튼 발레의 매력은 그때도 여전했구나.
이후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무대 위 여성의 역할은 모두 남성 무용수가 맡고 있었다. 그러다 17세기 1681년. 여성이 처음으로 무대 위에 서게 되었다. 남성 무용수들의 의상은 가볍고 동작도 커진 반면에 여성 무용수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치장을 하고 있고, 하이힐 같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 있어 특별히 큰 동작은 할 수 없었다고 한다.
18세기 초. 마리 살레, 마리 카마르고라는 두 여성 무용수가 발레의 판도를 바꿨다. 마리 살레는 가발과 치렁거리는 장신구들을 벗어던지고 보다 동작이 잘 보이는 의상을 입었다. 그래봐야 지금의 짧은 무용복이 아닌 발목 정도 드러나는 드레스였으니 전엔 얼마나 불편한 옷을 입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 카마르고는 어려운 동작을 해내려고 스커트를 짧게 만들고 신발의 굽도 뜯어버렸다고 한다. 마리 살레와 마리 카마르고는 세기의 라이벌이었고, 이들의 라이벌 무대는 사람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켜 발레 흥행을 이끌었다. 이 두 무용수의 활약으로 여성 무용수들의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 이후 동작을 보다 크게 할 수 있도록 의상도 간결하게 바뀌고 신발 또한 리본이 달리고 발에 착 감긴 슈즈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발의 형태가 바뀌면서 발과 발목의 힘으로 업을 서는 기술 또한 발달했다. 지금 신는 천으로 된 발레 슈즈의 시초라고 볼 수 있겠다.
고전주의 발레로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무용수 안나 파블로바가 '빈사의 백조'라는 공연으로 업을 오래 서서 구사하는 새로운 기술을 뽐내며 발레의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안나 파블로바는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보다 상대적으로 컸다고 한다. 업을 잘 서려면 엄지발가락으로만 서야 했다. 그것이 불편했던 파블로바는 슈즈 앞에 딱딱한 가죽을 붙여서 신었다고 한다. 파블로바를 보고 도구를 이용해서 업을 서려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엔 파블로바의 아이디어가 토슈즈의 시작이 된다. 20세기 신고전주의로 접어들며 토슈즈를 이용한 동작과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고, 토슈즈는 무용수들의 발에 맞춰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한다.
토슈즈의 기원은 어찌 보면 안나 파블로바의 엄지발가락 때문이었다.... 그녀의 엄지발가락 덕분에 여성 무용수들은 더 멋진 모습으로 다양한 기술을 뽐낼 수 있게 되었다. 토슈즈는 단순히 예뻐 보이고 싶어서 생긴 도구가 아니라 도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 끝에 만들어졌던 것이었다니…. 남성의 전유물로 시작된 발레가 역사 속 여성 무용수들의 다양한 시도로 변화하고 발전하였다는 사실이 참 같은 여성으로서 멋졌다. 지금도 수많은 무용수들이 그런 토슈즈를 신고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몸을 단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냥 토슈즈를 신으며 투털거릴 수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바들거리며 토슈즈 수업을 들었다. 턴도 한 바퀴 돌고 야금야금 실력향상을 꿈꿨다. 어느 날 발이 부었는지 슈즈가 발에 좀 꽉 끼는 불편함이 있었고, 수업을 마치고 나니 뒤꿈치가 너무 아파 다리를 절며 병원으로 향했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니 아킬레스건이 찢어지진 않았지만 그 주변 조직에 손상이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장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 발레를 쉬었고, 생각보다 빨리 회복할 기미도 없어 반깁스를 찼다 풀렀다하며 한 계절을 보내야 했다.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좀이 쑤시다 못해 좀비가 되어가다 발레를 다시 시작했고, 천슈즈도 타이즈와 워머를 뒤꿈치에 겹겹이 덧대야 발레를 할 수 있었다. 업을 서지도 못했으니 당연히 토슈즈는... 내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토슈즈를 신고 수업을 받는 수강생들을 연습실 구석에서 바라보는 신세가 처량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토슈즈를 신을 일이 인생에서 사라지니 더 이상 나의 발가락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토슈즈가 오지게 아픈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르세라핌의 Antifregil이라는 노래 가사에 카즈하가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토슈즈'가 있다. 나는 천 슈즈나 잊지말고 잘 챙겨야지.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서울 문화투데이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