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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Oct 10. 2015

여왕의 시대가 남기고 간 것

홍콩의 변화로운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홍콩별 여행자 03.

여왕의 시대가 남기고 간 것


1842년, 청나라는 영국과의 제1차 아편전쟁의 패배로 난징조약을 맺어 홍콩섬을 중국에 할양하였다. 그로부터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까지 약 100년 이상 홍콩은 영국의 통치하에 있었다.


난징 조약으로 홍콩의 통치권이 영국으로 넘어 갈 당시, 영국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제국의 영광을 누리고 있던 때였다. 당시 영국의 통치자는 빅토리아 여왕이었고, 후세의 사람들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를 다스리던 이 여왕의 시대를 ‘빅토리아 시대’라 부르고 있다. 


2011년 8월, 홍콩에 살기 위해 처음 도착했을 때, 코즈웨이베이의 한 호텔에서 2주 정도 임시로 머문 적이 있었다. 그 호텔 바로 앞에는 넓은 녹지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 공원의 이름은‘빅토리아 공원’이었다. 


빅토리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익숙한 이름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 공원이 빅토리아 여왕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었다.




역시나, 이 공원의 한 켠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홍콩에 오자마자 처음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이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었다.


어쩌면 운명처럼 나는 이 만남으로부터 홍콩의 오랜 역사와 흥미로운 사연들에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2년, 홍콩에 살았던 기간 동안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홍콩의 흥미로운 역사와 이야기 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다니곤 했으니 말이다. 


이탈리아의 한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여왕의 동상은 본래 대리석으로 만들어질 계획이었으나, 작업 과정에서 착오로 인해 동으로 제작되었고, 거의 마지막 완성 단계에서 잘못 제작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웃지 못할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여왕의 동상은 예정대로 런던에서 공개되었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위대한 동상에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그 후,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은 홍콩섬 센트럴의 황후상 광장으로 옮겨져 홍콩의 중심부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홍콩을 점령했을 때, 일본군은 이 동상을 녹여 전쟁물자로 사용하기 위해 일본으로 가져갔고, 전쟁 후 우여곡절 끝에 살아 남은 여왕의 동상은 홍콩으로 반환되어 현재의 빅토리아 파크로 옮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과 더불어 같은 이유로 일본군이 가져갔던 홍콩 상하이 은행의 사자상 역시 전쟁 후 반환되어 현재 센트럴의 홍콩 상하이 은행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홍콩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을 보고 난 후, 거의 2년 동안 그 존재를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었다.  늘 아무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다니던 홍콩의 거리에는 여전히 여왕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빅토리아 파크(Victoria Park), 빅토리아 피크(VictoriaPeak),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 퀸즈 로드(Queen’s Road), 퀸즈웨이(Queen’s way)등 홍콩의 거리에는 여왕의 업적을 기념하여 붙인 이름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여왕이 동양의 작은 섬, 홍콩을 얻고 나서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하니, 그 이름과 흔적들을 많이 남겨 놓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한,홍콩 사람들 역시 영국 식민지배의 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로 바라보기 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러운 근대화의 역사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 이름이 후세에 남아 계속 불리고 있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중국 변방의 황무지와도 같았던 작은 어촌 마을에서 동양의 작은 영국으로, 그리고 다시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성장해 온 홍콩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홍콩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국 식민지 시대의 향수가 어떤 느낌으로 남아 있을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중국 반환 이후에도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는 홍콩이 먼 미래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그리고, 빅토리아 시대가 남기고 간 영국의 흔적들은 현재처럼 계속 뿌리 깊게 남아 있을 것인가?  홍콩의 변화로운 역사는 여전히 흥미로운 현재 진행형이다.


10년 후 홍콩을 다시 찾게 된다면, 홍콩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점점 더 궁금해지는 마음에 나는 하루하루 홍콩의 골목들을 헤집고 다니며, 구석 구석의 장면들을 기억 속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훗날, 그 모습들이 어떻게 바뀌어 갈지 궁금해하며 말이다.


(글/사진) Trip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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