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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Oct 16. 2015

예술과 사람이 만나는 곳,
프린지 클럽

예술과 문화는 일상의 주변에 있어야 한다

홍콩별 여행자 06.

예술과 사람이 만나는 곳, 

프린지 클럽


홍콩섬 센트럴의 퀸즈 로드(Queen’sRoad)에서 윈드햄 스트리트(Wyndham Street)를 따라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붉은색의 줄무늬가 인상적인 벽돌 건물이 하나 눈에 띈다. 


이 건물의 건너편에는 내가 즐겨 찾던 울루물루 스테이크 하우스(WooloomoolooSteak House)가 있는데, 이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나는 항상 길 건너편의 붉은색 줄무늬 벽돌 건물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 붉은색 줄무늬 벽돌 건물의 정체는 나중에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바로 “프린지 클럽(Fringe Club)”이라는 곳이었다. 


1890년대에 지어진 이 오래된 벽돌 건물은 원래 우유 회사인 데어리팜컴퍼니(Dairy Farm Company)의 냉동 창고였다고 한다. 


홍콩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가보면 빨간색 십자가 문양이 그려진 우유팩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회사에서 나오는 우유다. 홍콩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우유라고 한다.



오랫동안 냉동창고로 쓰였던 이 건물은 수 차례의 보수 공사를 거쳐 현재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1970년대에는 데어리팜 컴퍼니의 본사 건물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이 회사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버려진 건물을 1984년에 현재의 프린지 클럽이 인수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 몇 차례의 개보수 공사와 혁신적인 탈바꿈으로 프린지클럽은 완전히 새로운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1년에는 홍콩 정부가 선정하는 헤리티지 어워드(HeritageAward)를 수상했다고 한다. 


이 역사적인 벽돌 건물의 한쪽 벽면에는 인상적인 문구가 하나 적혀있다.

“Arts + Peopole = FringeClub”


말 그대로 예술과 사람이 만나는 곳은 프린지클럽이라는 문구다. 


비영리 단체인 프린지클럽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만나 예술과 문화를 교류하고, 이러한 교류를 통해 사회 각 분야와 다양한 문화권으로 예술과 문화의 전파 및 교류가 활발해지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명 아래 프린지 클럽은 홍콩 로컬 및 전 세계 각지로부터 온 젊은 예술인들에게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전시나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관람객들 역시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부담 없이 다양한 문화 예술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프린지 클럽의 1층에는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가 있고, 1층의 다른 입구로 통하는 공간에는 외국인들이 모여 사교 모임을 가지는 프라이빗 클럽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입구로 통하는 2층에는 늘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소극장이 있으며, 옥상에는 탁 트인 공간의 루프탑 카페가 하나 있다. 각 공간들의 목적과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교류하기 위한 만남의 공간들이다. 


프린지 클럽의 여러 공간들 중에서 나는 특히 이 클럽의 소극장을 좋아한다. 


소극장 공연에서는 공연자의 숨소리부터 표정 하나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작은 공간이기에 공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고, 공연자와 더욱 밀접하게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소극장에서는 일주일에 2~3 차례씩 무명의 인디밴드나 록밴드, 팝가수, 기타 연주자, 바이올린 연주자 등 그때 그때마다 다양한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데, 입장료는 대개 홍콩달러 150불 내외이고, 이 입장료 가격에는 음료 1잔의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한 번은 프린지클럽에서 <플라멩코> 공연이 열린 적이 있었다. 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게 보았던 <플라멩코> 공연을 떠올리며, 이 공연을 보러 갔다. 


홍콩에서의 <플라멩코>는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하며……


공연장 입구에  들어서니,100여 명 남짓 수용될 만한 아담한 객석이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객석에 앉기 전에 와인이나 맥주 또는 콜라나 주스 등 원하는 음료 1잔씩을 선택하여 들고 갈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들고, 객석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았다. 


무대라고 하여 별도로 구분된 경계가 없고, 객석 앞의 빈 공간이 바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다. 맨 앞 자리에 앉으면 바로 코 앞에서 공연자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거리다. 


잠시 후 극장의 조명이 꺼지자, 어둠 속에서 무대 한 가운데에만 조명이 비치며, 플라멩코 공연자들이 등장한다. 알 수 없는 언어로 뭐라 뭐라 이야기하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경쾌한 손뼉 치기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자 그 이후로는 말이 필요 없었다. 



스페인에서 보았던 플라멩코 공연의 그 느낌 그대로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구슬프게 플라멩코 특유의 리듬과 선율에 맞춰 무희들의 손뼉 치기와 발구르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공연의 종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현란해지는 그들의 몸동작에 어느 순간 나는 완전히 몰입되어 그들과 하나가 되어 간다.


소극장 특유의 현장감과 생생함이 플라멩코 공연과 특히 잘 어울려 더욱 그랬다. 그리고, 공연의 여운은 한 동안 오래 지속되었다. 


그 이후로 바쁜 일상생활 때문에 프린지 클럽의 공연을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일상생활의 공간과 아주 가까운 곳에 언제든 부담 없이 들려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프린지 클럽이라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홍콩의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예술과 문화는 우리 일상에서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며, 누구나 쉽게 그리고 부담 없이 찾아와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프린지 클럽은 몸소 증명하며, 센트럴의 가까운 이 곳에 계속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공연은 자주 보지 못했지만, 내가 홍콩에 있는 동안 한 달에 2~3 차례는 이 프린지 클럽을 찾았던 것 같다. 


대부분은 이 클럽의 옥상에 있는 프린지 루프가든 카페(Fringe Roof Garden Café)에서 헬씨 베지테리언 라이트 런치(Healthy Vegetarian Light  Lunch)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타이, 아세안, 이태리 등 세계 각국의 유기농 채식 요리들을 요일마다 테마를 바꾸어 가며 다양하게 제공하는 이 카페 레스토랑의 헬씨 베지테리안 라이트런치 역시 다양한 음식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문화 이벤트의 일종이다. 


1인당 홍콩달러 100 불 정도를 지불하면, 음료 1잔과 셀프 뷔페 형식의 점심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 나는 특히 매주 화요일의 이탈리안 테마 뷔페를 좋아했다. 헬씨 베지테리안 라이트 런치라고 해서 채소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맛 또한 일품이었다.


다양한 음식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그리고 복잡한 홍콩의 거리에서 점심 먹을 거리가 없어 고민이라면, 프린지 클럽을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음악과 공연, 전시 그리고 다양한 음식까지 다양한 문화 예술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프린지 클럽이야 말로 온 종일 '돈' 벌 궁리만 하는 홍콩의 금융가, 센트럴의 완전 소중한 공간이다. 


(글/사진) Trip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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