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식도락 여행, 그 시작은 멋진 소호에서부터
홍콩별 여행자 07.
본래 불모의 땅이었던 홍콩은 영국인들이 점령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홍콩의 눈부신 발전의 토대는 대부분 영국 식민지 시대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홍콩섬은 처음부터 영국인들에 의해 개발되었으니, 그들의 방식대로 그들이 살기 편한대로 개발되었다.
홍콩섬의 중심인 센트럴의 금융가에는 대다수 서양인들이 근무하는 일터가 있고, 그 배후인 미드레벨에는 그들이 주로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으며, 센트럴과 미드레벨 사이에는 서양인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과 바, 카페들이 밀집되어 있다. 센트럴과 미드레벨 사이에 위치한 소호는 바로 그런 곳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서양인들은 미드레벨에 거주하며, 센트럴에서 일하고, 소호에서 일과 후 여가시간을 즐기곤 했다. 가정과 직장과 여가가 모두 한 지역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굳이 시간을 들여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이 얼마나 편리한 삶의 구조인가?
그들은 그들이 편리한대로 도시를 개발했고, 그 편리함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도시를 개발하는 중이다. 그 삶의 편리함은 현재까지도 도시 곳곳에 남아 여전히 홍콩을 살기 편한 도시로 만들어주고 있다.
혹자는 홍콩을 ‘식도락 천국’이라 부르는데, 소호는 그야말로 ‘맛의 천국’이다. 소호에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맛을 자랑하는 각자 고유의 개성을 가진 레스토랑과 바, 카페들이 수도 없이 많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한 곳에 모여 각자의 개성 있는 맛을 뽐내고 있다. 과연, 아시아에서 소호만큼 다양한 음식들이 총집합되어 있는 곳이 또 있을까?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시작되는 소호 입구부터 살펴보자면, 칼칼한 육수의 쌀국수 포타이가 일품인 “나트랑”과 홍콩스러운 별미를 자랑하는 로컬 국수집 “남기분면”이 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할리우드 로드 바로 못 미쳐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고급 수제 햄버거로 유명한 “고메 유니언 버거”가 있고, 그 근처에는 천연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XTC 젤라토”가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바로 할리우드 로드가 나오는데, 에스컬레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근처 건물 1층에 내가 즐겨 찾던 인도 레스토랑 “자샨(Jashan)”이 있다. 이 식당은 점심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된 인도식 뷔페를 즐길 수 있는데, 메뉴도 다양한 편이고, 바로 갓 구워낸 란도 따로 가져다 준다.
할리우드 로드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조금 더 올라가면, 이제 스탠튼 스트리트와 쉘리 스트리트가 나타나는데, 이 곳에는 웨스턴 스타일의 멋진 바와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다.
점심에는 가격 대비 퀄리티 높은 런치 세트메뉴를 즐길 수 있고, 늦은 오후, 해피 아워에는 할인된 가격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으며, 저녁에는 멋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근사한 저녁식사와 함께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주말이나 휴일에는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브런치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 곳에도 역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그리스, 태국, 아르헨티나, 모로코, 우즈베키스탄, 브라질 등 다양한 국적의 멋진 레스토랑과 바들이 즐비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맛의 천국, 소호이다.
이 많은 레스토랑들 중에서도 오픈 테이블에서 즐기는 모던 타이 요리의 맛이 일품인 “로터스(Lotus)”와 두툼한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로 유명한 “라팜파(La Pampa)”는 내가 즐겨 찾던 맛집이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엘진 스트리트에는 미슐랭 별 하나 추천에 빛나는 사천요릿집 “칠리 파가라(Chilli Fagara)”가 있다.
사천요리 특유의 중독성 있는 매운 맛이 일품인 칠리 파가라는 홍콩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인데, 특히, 생강소스에 튀긴 잘게 썬 쇠고기 요리와 마파 두부, 그리고, 이 식당의 시그네쳐 메뉴인 칠리 파가라 치킨 또는 새우 요리가 맛있다.
나는 이 멋진, 그리고 맛있는 소호가 좋다.
소호에는 언제나 맛있는 음식과 멋스러운 분위기가 있으며, 멋진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 향기로운 와인과 아름다운 낭만이 있다.
어느 날 문득, 근사한 저녁식사와 더불어 와인 한 잔이 생각난다면, 그리고 그 만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여유가 있다면, 나는 언제라도 소호를 찾아간다.
이보다 더 멋진, 그리고 근사한 저녁은 식도락 천국 홍콩에서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맛집들이 수도 없이 모여 경쟁하는 소호는 진정 맛의 천국이다. 소호의 맛집들을 두루 경험해보지 않고, 홍콩의 식도락을 논한다면, 그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홍콩 식도락 여행, 그 시작은 멋진 소호에서부터 시작된다.
(글/사진) Tripp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