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실패보다 더 두려운 것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낯선 세계로 떠나는 모험이다.
우린 모두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낯선 도시로의 여행을 시작하거나,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우리 삶 속에 있었던 수 많은 새로운 시작들, 그때마다 우린 두려워했었다.
새롭게 시작할 때마다 우린 불안하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익숙함을 벗어나 낯선 모험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불편함, 어쩌면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매너리즘과 관성에 의지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생각과 두려움들 때문에 우린 늘 낯선 세계로의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린 점점 더 낯섦보다 익숙함에 길들여져 간다.
요즘 만나는 어린 친구가 하나 있다. 열정과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20대에 창업해 매출 10억 원의 사업체를 일군 어엿한 기업가. 어린 나이에 이미 작은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더 큰 성공, 아니 새로운 세계로의 낯선 모험을 꿈꾸고 있다.나이 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그 친구를 만날 때마다 나는 느끼는 점이 많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를 모두 포기한 “오포세대”라 불릴 만큼 젊은이들이 포기해 버린 이 대한민국의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어떤 누구는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꿈을 좇아 그 절망적인 현실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그 도전이 실패로 끝난다 할지라도 그는 또 다시 시작할 것이다.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한 번 이겨본 사람은 또 다른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므로... 미래가 없는 대한민국 경제의 앞날도 이미 성장이 정체되어 버린 대기업들보다 이들 젊은 창업가들에게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희망은 절망 속에서 꽃을 피운다.
정말 두려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시작도 못해보고 끝나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새로운 시작으로 인해 안정된 삶의 기반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아니다. 어쩌면 시작 한 번 못해보고 끝나버릴 우리 각자의 꿈과 인생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생, 생각보다 무지 짧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 진후에 꿈을 찾으려 한다면, 그땐 더 이상 그럴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여러 번의 선택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하고 싶은 일과해야 하는 일 중에서 주로 해야 하는 일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남들이 대부분 좋다고 인정하는 일 중에서 대부분 후자를 선택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제 시작해야 한다.
꿈이 없는 삶은 껍데기다. 이제 껍데기를 버리고, 진짜 삶을 찾아야겠다. 나는 지금 불안하다. 시작도 못해 본 나의 꿈이, 그리고 인생이 이대로 끝나버릴까 봐……
안정된 직장과 보장된 수입, 그것이 주는 안락함은 마약처럼 달콤하지만, 그 족쇄처럼 채워진 안정됨을 버리지 않는다면, 나의 꿈은 여전히 시작도 못해본 채로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불혹의 나이, 마흔 즈음에 나는 연약한 갈대처럼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나는 안다. 그것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잠시간의 방황이라는 것을……
나는 지금 그렇게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Cabo da Roca, Portugal, 2006ps. 절망처럼 끝나버린 땅끝에서 희망의 바다가 새로 시작된다. 유럽 대륙의 최서단, 로카곶에서...
(글/사진) 꾸르베(Courb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