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법원 휴정기였습니다. 매주 혹은 격주로 진행되던 재판이 잠시 쉬어가는 시기입니다.
법원은 1년에 두 번 쉽니다. 여름과 겨울 각각 2주 동안 휴정기를 갖습니다.(모든 재판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하는 재판은 그대로 열립니다)
코트워치도 이 기간에는 비교적 시간 여유가 생겨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두는데요, 이번 12월에 예정했던 일들은 거의 다 1월로 실행이 미뤄졌습니다. 여러모로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연말입니다.
이번 주 레터를 준비하며 코트워치의 2024년 캘린더를 쭉 훑어봤습니다. 대부분이 취재 중인 사건의 재판 일정이었습니다.
'재판을 취재하는 언론'이라고 하면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재판이라는 게 그 종류도, 개별 사건의 건수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어떤 재판을 취재할 것인가'는 코트워치가 항상 가지고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창간을 준비하는 시점에 "전국에 재판이 이렇게 많은데 두 사람이 다 취재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듣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모든 재판을 취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자 몇 가지 사건 혹은 키워드를 가지고 관련 재판을 취재해 오고, 그 내용을 공유하며 기사로 쓸 수 있는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구분해 왔습니다.
기사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하나는 다른 언론사의 보도와 차별점을 찾지 못한 경우, 다른 하나는 기사를 통해 공유할 만한 '큰 질문'을 찾지 못한 경우입니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고 함께 답을 찾아보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반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의미가 있는' 사건들에서 이야기를 찾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재판 소식을 '발굴'하고자 각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법원으로 갔습니다.
KTX를 타고 찾아간 법원의 방청석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검사 측과 피고인 측이 다투는 쟁점이 없는 사건의 경우 단 몇 분 만에 재판이 종결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법적인 쟁점보다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르기까지의 배경과 당시의 전후 상황이 더 많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화성시에 자주 갔습니다. 한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이때 처음으로 취재했습니다.
화성시청 앞에서 열린 추모제와,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49재,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 일정을 따라가면서 재판이 열리기까지, 책임자가 구속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체감했습니다. 가장 더운 날에 시작된 추모제는 가장 추운 날의 농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제 오후 2시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앞에 피켓을 든 시민들과 취재진이 모였습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재판 일정과 관련해 "계류 중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는데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하는 근거가 뭔지" 물었습니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사건"이며 "(탄핵심판은)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강조했습니다. 헌재는 1월 3일에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