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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이후에 남겨진 과제들

by 코트워치

방청석 뒤쪽에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선고를 앞두고 유가족 A 씨는 앞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두 손을 모았습니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고 2심 재판이 지난 1년여의 심리 끝에 마무리됐습니다.


각 피고인의 형량은 1심과 동일했습니다.


도로 관제실 안전실장만 금고 2년 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관제실 직원들 그리고 최초 발화한 화물차 운전자는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안전실장은 법정구속 됐습니다.


관제실 직원들은 사고 발생 도로를 위탁받아 운영한 외주업체 소속이었습니다. 도로를 건설한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주식회사는 해당 업체에 도로 관리·운영을 맡겼습니다.


세 달 뒤인 2022년 12월 29일, 고속도로에 설치된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언과 증거를 바탕으로 두 가지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1. 관제실 직원들이 화재 발생 시 따라야 하는 매뉴얼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화재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은 인정된다.


2. 제2경인고속도로주식회사의 교육 부재, 관리 부실 책임이 인정된다.


1번은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관제실 직원들은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회사로부터 안내받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도로 안전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면 그 즉시 임무를 숙지하고 조치를 취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2번은 1심 재판부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증인의 증언을 종합해 제2경인고속도로주식회사가 '화재에 취약한 소재로 방음터널을 시공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외주업체에 알리지 않은 점', '직무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점', '화재자동감지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을 짚었습니다. 사측의 과실을 일부 인정한 셈입니다.


하지만 제2경인고속도로주식회사 법인과 직원들은 애초에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처벌받지 않습니다.




선고가 끝나고 법정 앞에서 화재 사고 유가족들과 피고인들 간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유가족의 "책임지라"는 말에 한 피고인이 "나도 피해자다"라고 맞받으면서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1·2심 재판이 마무리됐지만, 유가족들은 '아직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고, 진상규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가족의 죽음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판결 이후 양측이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의혹들, 유가족들의 입장 등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통해 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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