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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문을 닫으면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 2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by 코트워치

"법원이 문을 닫으면, 어떡하죠?"


'코트워치'를 만들기 시작한 2023년 여름. 김주형 기자와 함께 나눴던 고민입니다.


너무 부풀린 걱정일 수도 있지만, 근거는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시기에 재판 방청이 일부 제한되거나, 휴정이 길어진 경우가 있었거든요.


저희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 리스크는 '감염병'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다른 이유로 법원이 문을 닫는 일이 최근 생겼습니다.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 24일, 저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19일 새벽 법원에서 일어난 '폭동' 사태의 여파였습니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헌법 제109조는 '재판 공개 원칙'을 명시합니다.


국가 안보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법원이 심리를 비공개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일반 시민에게 심리를 공개해야 합니다.


(심리는 법원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매번 재판을 방청하기란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쉽지 않습니다.


'재판은 공적 사건으로서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누구나 방청이 가능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실제로는 '방청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


이 두 가지가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전제였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전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img_letter_250131.png


전면 출입제한


지난 24일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법 건물은 경찰 버스로 차단돼 있었습니다.


길목의 양 끝에서는 경찰관이 통행을 통제했습니다.


"취재할 재판이 있다"고 말하자, 주차장 앞 입구로 직접 데려다줬습니다. 입구에서 만난 법원 직원은 "기자들도 출입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은 소송 또는 법원의 다른 업무에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출입을 전면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전면 제한 조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고요.


솔직히 속이 상했습니다.


19일 새벽의 영상을 볼 때도 그랬지만, 법원의 통제 조치를 직접 맞닥트리니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재판 공개 원칙'에 반하는 조치가 부당하다고 마냥 비판하기 어려웠습니다. 법원 안에서 벌어진 폭력적인 행위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통제가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가 24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재판에 들어가지 못한 것처럼, 다른 중요한 재판들도 시민들의 감시나 견제 없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법원이 처한 지금의 위기 상황이 빨리 해소되기를,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법원이 문을 닫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관해서는 아직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폭동에 관여한 이들은 법정에서 그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코트워치 팀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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