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6명의 증인이 출석했습니다.
그 중 4명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 병력을 투입 및 지휘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군 지휘관이었습니다.
증인이지만 변호인과 동석해 신문을 받았고, 중간중간 변호인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증인석에 앉은 군 지휘관들은 굳은 표정으로 답을 하다가도, 군인으로서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계엄 당시 부하들이 겪은 상황을 설명할 때 언뜻언뜻 이번 사태에 대한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화요일(4일)에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증인으로 왔습니다.
본격적인 신문에 앞서 국회 측 대리인단은 "증인은 국회에 출석해 군인으로서 때가 되면 정정당당하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셨다. 오늘이 그 기회다"라고 했고, "(윤 대통령 쪽이 보이지 않도록) 가리개를 설치하기를 원하나" 묻기도 했습니다.
이 전 사령관은 "군인의 명예심을 가지고 답변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이 제한된다'고 했습니다.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중요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목요일(6일)에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왔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로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등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지 않도록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윤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한 지휘관이기도 합니다.
곽 전 사령관은 신문을 받으며 기억이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주저했지만, 진술을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당한 상관의 지시를 받고 병력을 출동시킨 것인데, 구속 기소된 것이 억울하지는 않느냐"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질문에 "(병력을 투입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의를 한 김형두 재판관은 "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검찰 조사에서) 자수서¹를 낸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사태 이후) 예하 여단장들이 다 처벌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대로 정확히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했다. 자수서를 진실되게 써 놔야 제 기준점이 돼서 안 흔들릴 것 같았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증인신문이 끝나고 발언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 내용을 반박했습니다. A4용지 한 페이지를 채우는 긴 분량의 발언이었습니다.
"상황을 아는 사령관 입장에서 저나 장관이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말을 했다면 즉각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상식이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의결 정족수 안 되게 막으라는 지시가 어떤 공직사회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라며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인정하겠다는 군인에게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부당한 지시를 왜 거부하지 않았냐고' 책임을 돌린 셈입니다.
¹ 범인이 스스로 수사기관에 자기의 범죄 사실을 적은 서면. 곽 전 사령관은 12월 9일 검찰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상황을 정리한 자수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