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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취재기

by 코트워치

심판정에서도, 심판정 바깥에서도 말이 너무 많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의 대리인단, 변호사들이요.


코트워치 팀은 대통령 탄핵심판을 취재하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재판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컸는데요. 재판이 열리는 날은 출입기자가 아닌 기자에게도 브리핑룸을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심판정에 직접 들어가는 사람들을 빼고 나머지 기자들은 브리핑룸이나 강당에 앉아서 실시간 중계로 재판을 봅니다. 저희도 그렇게 재판을 취재하고요.


재판이 끝나면 심판정 앞으로 나가서 대통령 측, 국회 측 대리인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웹사이트에 풀버전 영상을 올려줍니다. 업로드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전체 변론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영상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오자면, 대통령 대리인단은 참 억울한 게 많습니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게 된 사실 자체도, 헌법재판관들의 소송 지휘도, 언론이 보도하는 방식도 다 억울합니다. 그렇게 말이 길어지고, 끼어들고, 불만을 표출합니다.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본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쟁점 등을 확인하는 날)에 저는


"대통령에 대한 부정은 이 나라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변론을 10분 넘게 들은 뒤, 곧바로


"지난주에 밤을 이틀 샜다. (언론이) 왜 소송 지연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다른 대리인의 '호소'를 들었습니다.


어제는 "지금까지 이런 계엄은 없었다"¹는 '패러디'로 시작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변론만 1시간 넘게 들었습니다.


들리는 대로 열심히 받아치다가도 중간중간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이런 말까지 적어야 하나' 싶다가 '그래도 전부 기록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이런 때일수록 더욱 탄핵심판이 열리는 이유와 목적, 사안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관들은 단호하게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응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에)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 권리를 보호하는 그런 것하고는 약간 다릅니다. 헌법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입니다."


(언론 때문에 의견 밝히기 어렵다는 말에)

"재판의 판단은 재판관이 하는 겁니다, 언론이 하는 게 아니라. 재판관들이 사안을 파악할 수 있는 의견을 내지 않고, 언론에서 덤벼들 것 같으니 철저하게 준비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시면…"


(내란죄 수사기록 증거 채택에 대한 반발에)

"법적 평가는 저희 재판소가 하겠습니다."


"재판관이 허가하기 전에는 불쑥불쑥 일어나서 말씀하지 마십시오. 재판 진행이 너무 산만하게 됩니다. 의견이 있으실 때는 요청을 하고 허가를 받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심판정 바깥에서도 브리핑을 길게 이어갑니다.


국회 대리인단보다 먼저 시작해서 늦게 끝냅니다. 기자들 주목도도 더 높습니다.


저희는 대리인단이 펴는 주장들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전해야 할지 고민 중인데요. 기사로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증인신문과 증거조사 등 본격적인 심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¹ 영화 '극한직업' 대사(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패러디. 대통령 윤석열의 대리인은 과거의 비상계엄과 달리 이번에는 유혈사태 등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img_letter_250117_01.png 1월 3일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 두 브리핑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왼쪽이 국회 대리인단, 오른쪽이 대통령 대리인단입니다.
img_letter_250117_02.png 1월 16일 두 번째 변론기일. 대통령 대리인단은 번갈아 가며 '장외 변론'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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