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재판에서 공장 내 CCTV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모든 재판에는 증거조사 절차가 있습니다.
검사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와 진술 등을 모아 제시합니다.
그중 영상 파일은 법정에서 재생해야 증거로 채택할 수 있습니다.
짧게 확인만 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범죄사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이거나 별도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 일부 혹은 전체를 재생합니다.
2023년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사건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이동 경로가 찍힌 CCTV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신림역 인근 골목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비롯해 건물 주차장, 통신사 대리점 통유리 너머의 길목이 촬영된 영상에 범행 장면이 담겼습니다.
영상 재생 전에 재판장이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돼 있으니 시청이 어려운 분은 미리 퇴정해달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산업재해 사건에서도 작업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은 주요 증거 중 하나입니다.
동료 노동자나 목격자의 증언을 영상이 뒷받침하기도 하고, 현장에 산재해 있던 위험이 쌓여 사고에 이르렀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주 수요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재판에서도 공장 내 CCTV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당일과, 20여 일 전의 작업 현장이 공개됐습니다.
사고 당일 영상에는 폭발이 시작되고 불을 끄거나 대피하려고 했던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이 담겼지만, 재판부나 검찰 측은 방청석에 별다른 주의나 공지 없이 재생을 이어갔습니다.
영상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1) 2024년 5월경부터 일용직 파견 근로자 수가 늘기 시작했는데 새로 투입된 인원에 대한 안전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2) 직원들이 리튬 전지를 일일이 손으로 쥐어보며 문제가 있는 발열 전지를 분리했다.(검찰 설명에 따르면 동종업체는 안전을 위해 열감지 센서를 활용해 선별합니다)
3) 폭발 위험성이 높은 전지들이 생산 라인에 그대로 포함돼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
이날 영상 재생이 끝나고, 유가족들이 법정에서 피해 사실에 대해 진술했습니다.
참사로 남편을 잃은 유족은 '세상을 떠난 가족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6개월 동안 계속해서 고민한 결과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 알고자 했고, "회사에서 해보지도 않은 용접 일을 시킨다"고 했던 가족의 말을 곱씹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유족은 "(주변에서) 이제 놓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하고,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고 했습니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는 첫 공판에서 유가족들에게 사죄하는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날 증거조사에서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이 전지 공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생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리셀 측은 다음 기일에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