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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재해를 예방할 책임'

by 코트워치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¹ 재판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재판이 11차 공판이었고요, 매주 1회꼴로 재판이 열립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박 대표 측은 '실경영자가 아니라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관리 의무를 부여합니다.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아리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코트워치가 취재한 다른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도 경영책임자가 '재해 발생의 책임'을 부인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빵공장 기계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SPL(구 SPC 로지스틱스) 강동석 전 대표는 마찬가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강 전 대표는 결심 공판에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안전에 힘써왔다고 자부했으나 부족했다는 점에서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형사 책임을 묻는 공소사실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강 전 대표 측은 당시 대표였던 것은 맞지만, 취임일로부터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 사고가 발생했고, 대표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식품제조업을 운영한 경력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1월, 법원은 강 전 대표에게 집행유예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강 전 대표의 위와 같은 주장을 고려했을 때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강 전 대표와 SPL 공장 안전 담당자들의 과실이 사고에 영향을 줬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소스 혼합기에 팔을 깊숙이 넣었던 피해자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았고, '회사가 피해자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했다'는 내용의 양형 이유를 적었습니다.




지난달 13일, 부산지방법원 형사4-3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이라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재판부는 '원청의 경영책임자에게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고 위헌성도 다분하다'고 봤습니다. 실질적으로 공정을 맡아서 진행한 하청업체에 그 책임이 있다는 논리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의 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사측에 재해를 예방할 책임이 있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가 계속 지켜질 수 있을지, 앞으로 나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¹ 2024년 6월 24일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 쌓여 있던 전지가 연쇄 폭발하면서 건물 전체가 전소됐다.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 23명이 숨졌고 3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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