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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워치 tmi 재판장 tmi

by 코트워치

제가 요즘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은 법원이지만, 일상에서는 법원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김주형 기자를 가끔 만나면


(저희는 따로 움직이는 날이 많아서 매일 만나지는 못합니다)


쌓아둔 법원 이야기를 하나씩 풀기 시작합니다. 김주형 기자가 풀어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어느 재판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 방청석에 누가 있었다, 그리고 판사·검사·변호인의 그날의 ‘어록’도 공유합니다. 이렇게 후기를 나누는 시간이 제일 재밌습니다.


공통으로 느낀 점도 하나 발견했습니다.


말투나 태도가 얼마나 ‘나이스’ 한지를 떠나서, 증인이나 피고인에게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는 재판장은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질문하는 재판장


청주 법원에서 열리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재판을 네 개 정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연초 인사이동 때 재판장이 대부분 바뀌었습니다.


새로 온 재판장은 본인이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습니다.


증인이 가볍게 말하고 지나갔기 때문에 저도 잠깐 궁금했다가 말았는데요. 재판장이 다시 끄집어내 물었고, 증인은 차도 지하에 있는 ‘펌프’에 대해 설명해 줬습니다.


꼬리 질문이 생겨도 손을 들고 질문할 수 없는 방청객으로서는, 이렇게 재판장이 대신 물어봐 주면 속이 시원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본인에게 주어진 사건을 단순히 쳐내는 게 아니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아내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바뀐 재판장이 끌어갈 남은 재판들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들기


증인이나 피고인의 논리적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재판장도 드물지만,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정보경찰 두 번째 재판¹의 재판장이 그랬습니다.


이런 판사들은 피고인이나 증인의 말에 모순이 있으면 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 번 꼬치꼬치 묻습니다.


정보경찰 첫 번째 재판²에서는 주심판사가 비슷한 역할을 했는데요. 제게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질문을 랩 하듯 이어갔던 터라, 전부 받아치기는 힘들었지만요.


주심판사가 법정에서 내비친 ‘의구심’들은, 선고 이후 읽어본 판결문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주심판사는 합의부, 즉 판사가 세 명일 때 재판장의 왼쪽이나 오른쪽에 앉는 판사로, 자료 검토와 판결문 작성 등을 맡습니다)




다양한 법정을 다니다 보니 다양한 판사들을 보게 됩니다.


부드럽고 사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가장 많은 것 같고요. 얼음장같이 차갑지만 질문이 뾰족해서 귀 기울이게 하는 재판장, 위압감으로 방청객까지 주눅들게 만드는 재판장,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보이다 점점 지쳐가는 재판장 등 특징이 뚜렷할 때도 있습니다.


아직은 tmi 지만, 이런 목격담이 다른 문제의식과 만나는 순간이 오면 또 전하겠습니다.



¹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 부장은 핼러윈이 언급된 서울경찰청 정보관이 작성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선고는 7월 나온다.


² 박성민 전 부장 등은 용산경찰서 정보관들이 작성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이미 한 차례 재판을 받았다. 1심에서 실형(징역 1년 6개월)을 받고, 현재 2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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