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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워치의 5월 캘린더

by 코트워치

5월 둘째 주가 지나고 있습니다.


코트워치의 5월은 조금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가봐야 할 재판 일정이 캘린더를 촘촘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문득 창간 초기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재판 하나하나 다 취재하려면 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릴 텐데 괜찮겠어요?"


그때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었습니다. 오히려 '시간의 축적'이 코트워치의 차별점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시간'은 코트워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맞습니다. 재판을 취재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법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사건의 맥락과 법원의 논리를 공부했습니다. 하나의 관점이 형성되는 데 필요한 토양이 됐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요즘 '방향'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같은 시간대에 잡힌 재판이 세 개 이상일 때 어떤 사건을 우선적으로 갈 것인지, 우리 사회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을 코트워치는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얼마나 긴 기간 동안 다룰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코트워치가 기록하는 재판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방청석에 사람이 아주 많은 재판, 거의 없는 재판입니다. 전자는 타이핑 소리가 빗소리처럼 쏟아지고, 후자는 헛기침 소리 하나도 크게 들립니다. 조용한 재판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잊히고 있는 사건에 관한 것이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재판은 전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사건입니다.(물론 이 두 가지 분류의 중간 지대에 속하는 재판도 있습니다)


여러 법원과 법정을 오가며 '내가 독자라면 무엇을 더 알고 싶을까', '지겹게 반복되는 뉴스 속에서도 꼭 전해야 할 하나의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재판의 중요한 순간은 누군가의 질문에서 비롯되는 때가 많습니다.


정신질환 약을 복용하지 않은 기간에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약 복용을 중단한 이유가 무엇인지" 판사가 물었을 때 피고인이 살아온 삶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됩니다.


(또 다른 사건의 법정에서) "죄도 없는데 이렇게 구속된 게 억울하지 않습니까"라며 감정에 호소하는 변호사를 이해할 수 없다가도 이 질문에 대해 오래 고민한 듯한 피고인의 답변을 듣고 나면 그 '호소'가 의미 없게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재판의 '주요 쟁점'과는 거리가 멀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사건'이 아닌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삶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도 코트워치에서 풀어내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5월과 6월, 코트워치는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고,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는 재정비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의미 있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면 레터를 통해 또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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