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고서는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성공한 요인 중 하나로 '베이크오프(Bake-Off)'를 꼽았습니다.
베이크오프란 공장에서 반죽-성형-냉동과정을 통해 생산된 냉동생지를 가맹점에 제공하고, 가맹점은 이를 구워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방식을 바꾸면서 생긴 변화는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숙련도였습니다.
과거에는 제빵 기술을 가진, 오랜 숙련 기간을 거친 노동자를 고용해 가맹점에서 직접 빵을 만들었습니다. 생산 방식을 바꾼 이후에는 제빵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빵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생산 과정이 분업화·자동화되면서 노동은 여러 단위로 쪼개졌습니다. 냉장 샌드위치를 만든다고 하면 재료 준비, 소스 배합은 야간에 하고, 그것들을 합쳐서 샌드위치로 만드는 일은 주간에 하는 식입니다.
작업이 간단해졌고,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일이 쉬워졌고, 노동자들은 정해진 노동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작업량을 처리했습니다. "기계를 멈추지 않고",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식으로 빵을 만들었습니다.¹
SPC 제빵공장의 생산 환경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대중에 널리 알려진 시점은 2022년입니다.
2022년 11월,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야간 근무조로 일하던 노동자가 가동 중이던 기계에 끼어 숨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SPC 안전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계열사(SPL, 구 SPC로지스틱스) 대표를 비롯한 공장 안전관리자 등이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1월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SPL이 "했어야 했던" 여러 가지 안전조치를 지적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직원들이 작업 중 실수를 해도 다치지 않게끔 기계에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작업환경이나 숙련도가 동일하지 않은 다수의 근로자들이 모두 2인 1조로 근무하면서 끼임 사고 발생의 위험이 있는 기계-기구를 이용한 작업 중에 부주의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조치뿐만 아니라 기계-기구가 가지는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1심 재판부는 노동자가 작업 중 실수를 하더라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회사가 마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SPL은 사고 발생 기계에 대한 작업표준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위험성평가에서도 누락했습니다.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장 안전관리자는 야간 근무조에서 해당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직원들이 기계 안에 손을 넣는 등 위험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방치했습니다.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SPL의 한 직원은 "회사 측에서는 직원들이 생산량 맞추려고 이렇게(기계에 손을 넣어) 일하는 것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 SPC삼립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22년 사건과 공통적으로 '야간 근무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기계를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다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2022년 사건의 1심 재판부는 "회사가 이 사건 이후 산재 예방을 위한 개선 조치를 시행했고,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의 이유로 적었습니다.
사고 이후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SPC 차원의 실질적인 노력이 무엇이었는지, 반복되는 안전 문제의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¹ 2024년 7월 16일 재판에 출석한 증인(SPL에서 11년 동안 근무한 직원)이 진술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