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은 "기자라고 속이고 풀려난 것 아니냐"며 증인을 몰아붙였습니다.
지난 1월 18일 밤 11시 무렵.
JTBC 보도국 리서처 A는 선배 기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서부지법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가겠다", "네가 가봐라" 그런 취지였습니다.
18일 오후부터 19일 새벽까지 법원 앞에서는 '대통령 구속'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A는 새벽 2시 40분,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인근을 한 바퀴 돌며 시위대를 촬영했습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인 새벽 3시 22분, 시위대와 함께 법원 후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어 건물에 들어갔고, 7층까지 올라갔습니다. 판사실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는 모습, 유리 진열대를 부수는 모습 등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경찰관에게 목덜미를 잡혔습니다. A는 '취재진'임을 밝히고 JTBC 리서처 명함을 보여준 뒤 풀려났습니다.
지난 6월 16일, A가 증인으로 법정에 왔습니다.
피고인 17명이 앉은 방청석과 증인석 사이에 가림막이 놓였습니다. 변호인들은 취재를 이유로 체포를 피한 것이 부당하다 주장하려 했지만, 리서처라는 지위가 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언론사 채용을 준비하다 보면 리서처 등 '파견직' 공고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일까요. 이어진 신문이 A 개인에게 가혹하다고 느꼈습니다.
"리서처도 (오래 일하면) 기자가 될 수 있냐"
"JTBC 소속이 아니라는 거냐, 파견사 이름은 뭐냐"
"파견사 출근은 안 했냐, 파견사 명함은 없냐"
"월급은 어디서 들어오냐"
한 피고인은 "증인께서는 정상적으로 기자가 아니세요"라고 했습니다.
한 피고인은 "파견직이라는 게.. JTBC 하청인 거죠?"라고 물었고, A는 "하청이라고 말씀하시면 되게 서글퍼지는데.. 하청 맞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는 "방송국에는 파견직 지위가 많이 존재합니다", "동일한 이름(리서처)으로는 없을 수도 있으나,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해야 했습니다.
변호인들은 'JTBC 기자도 아니면서 거짓말로 빠져나갔다'고 몰아붙였습니다. 하지만 A의 말처럼, A는 보도국 지시를 받아 일해왔고, "보도해서 알리기 위해", "기록하기 위해" 큰 위험을 무릅썼습니다.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 중인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은 19일 새벽 유튜브 라이브를 보고 법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새벽 3시 43분 택시에서 내렸고, 5시 20분경 법원 후문으로 들어갔습니다.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상황, 경찰 진압 장면 등을 촬영하다 15분 만에 붙잡혔습니다.
그는 6월 18일 "저는 단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게 범죄라면, 앞으로 누가 우리 사회의 아픔을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6월 24일 "만약에 어떤 조그만 인터넷 언론이나 회사 기자라는 신분이라도 증명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렇게 함부로 구금하고 기소로 괴롭히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동안 정윤석 감독은 같은 사건으로 묶인 62명과는 따로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마지막 재판은 19일 새벽 체포된 피고인 모두를 한 번에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윤석 감독은 마지막도 '분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최후변론을 문서로 낼 수도 있고 '신변보호' 조치가 있으니, 같이 재판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피고인들의 반감을 봐온 저로서는 걱정이 됩니다. 이들은 '왜 정윤석만 불구속이냐', '좌파이기 때문이냐' 항의해 왔고, 법정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방청객도 다수 옵니다.
1심 재판은 끝을 향해 가고 있으나, 이렇게 많은 반목과 상처를 남긴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의 진정한 마무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