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¹ 재판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 박중언 총괄본부장을 비롯한 피고인 6명이 매주 법정에 출석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등 7가지 혐의를 다루고 있고, 다투는 쟁점도 많습니다.
피고인들은 명백히 기록으로 남아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몇 달째 법정에 앉아 "솔직히 말하면"으로 시작하는 피고인의 자기 고백적인 진술과, "(검찰은 이렇게 주장하지만) 사실은 다르다"는 변호인들의 변론을 들으며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점점 쌓여갔습니다.
방청석에서는 한숨 소리가 자주 들려왔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느냐", "1년 동안 반성한 결과가 이거냐"는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재판을 방청하며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리셀에서 일했던 중국 국적 파견 노동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리셀은 사업 초기 비용 감축을 위해 현장 생산직 직원의 수를 줄이고, 인력업체로부터 일용직 노동자를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화재 발생 직전에는 그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렸고요.
파견 노동자들은 한 가지 공정에만 투입된 게 아니라 그때그때 사람이 부족한 공정에 투입됐습니다. 먼저 일하고 있던 동료 노동자에게 작동법을 전달받고, 주의 사항을 전해 들었습니다.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배터리의 특성, 다루는 물질의 위험성, 사용하는 기계의 용도를 모르는 채로 일했습니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중국 국적의 파견 노동자 A 씨는 '발열 전지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따로 안전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아리셀 측 변호인은 이날 신문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무슨 타입의 전지를 납품하는 건지 모른다고 해서 일하는 데 문제가 있었나, 알아야 할 이유가 있나"
"어느 단계의 작업인지, 무슨 원리인지 알 자신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A 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설비에 올라가면 무서웠다", "우리 손이 들어갈 수 있고 겁이 났다", "그냥 설비 자체가 무서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24일)은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이날 아리셀 공장에서 1주기 추모제가, 내일(21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추모대회가 진행됩니다.
1심 재판도 7월이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듭니다. 참사가 남긴 질문과, 앞으로 이어져야 할 변화에 대해서는 기사를 통해 더 자세히 전해보겠습니다.
¹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리튬 배터리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여성, 중국 동포, 파견 노동자가 가장 많았다. 작년 9월, 박순관 아리셀 대표를 포함한 관련자 8명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