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서관에서 '이기는 로펌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여러 로펌의 변호사들을 취재해 그들이 승소한 사건의 내용을 엮은 책입니다.
여러 사건들이 사례로 등장하는데요. 포털사이트 회사 사옥의 유리가 햇빛을 반사시켜 인근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사건, 식품업체 제품 원재료에 중국산이 혼입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건에 관여된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해 무혐의를 입증한 이야기라든지, 새로운 사건을 맡으면 일단 관련 서적을 모아 공부부터 시작한다는 대목을 읽으며 변호사가 법정에 와서 무언가를 주장하고 입증하기까지의 과정을 가늠해보게 됐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법정에서의 변호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변호인으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윤리는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열린 한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여러 가지 전략을 썼습니다.
한 변호인은 피고인의 혐의를 일부 인정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피고인이 잘못한 게 맞다. 백 번 잘못했고, 변호인 입장에서도 피고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를 참작해 주시기를 바란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범행을 통해 피고인이 취한 이익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변호인은 일부 혐의에 대한 책임을 사망한 직원들에게 돌렸습니다. 총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은 '몰랐던 일'이고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재판을 통해서도 밝혀낼 수 없는 사건의 '회색 지대'를 남깁니다.
변호사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모든 행위가 허용되는 건 아닙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한 연구보고서(2023)는 '변호인이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 유형'을 7가지로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그 중 '진실의무¹'와 관련된 유형을 보면 '변호인이 소송 과정에서 일정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여 법원의 진실 해명을 위한 심증 형성을 방해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변호인에게는 피고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진실을 이야기할 의무가 있습니다. 형사소송의 목적이 '적법절차를 통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있기 때문입니다.
¹ 변호사윤리장전 제36조 제1항에서 "변호사는 재판절차에서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에 관한 주장을 하거나 허위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한다"고 '재판절차에서의 진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