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단비뉴스 기자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링크 하나를 받았습니다.
청주 차량매몰 사고 보도였습니다. 지속된 폭우에 흙더미가 도로로 쏟아지며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사고일은 2023년 7월 15일. 청주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날과 같은 날입니다. 오송 참사 재판을 취재하는 코트워치가 이 재판도 취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2024년 4월, 경찰은 공무원 6명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또 반년이 흐른 11월, 검찰은 그중 3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기소 이후 해가 바뀌었지만, 재판 소식은 없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재판이 열렸는데 기사가 없는 건지 아니면 재판이 아직 안 열린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단비뉴스 기자님을 통해 피해자 측으로부터 재판 정보를 받았습니다.
(재판받는 사람의 이름과 사건번호를 알면 나의사건검색 서비스를 통해 재판 일정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첫 재판은 지난 4월 열렸습니다.
이 사건의 순서가 됐을 때, 법정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액자를 번쩍 들었습니다. 영정 같았습니다. 피고인들은 모두 본인에게 '과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 변호인이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처벌받을 만한 과실로는 보기 어렵습니다"라고 하자, 뒤에서 다른 누군가가 "참 뻔뻔스럽다, 뻔뻔스러워"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장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요. 재판을 방해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장은 계속해서 "절차대로 진행이 되겠지만,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했고, 영정을 든 사람이 "가족입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짧은 재판이 끝나고, 재판장은 "오늘 오신 분들 유족이세요? 유족분들 심정은 제가 100% 공감을 못 하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오셨는지는 제가 최대한 이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재판 자체는 차분히 지켜보시고, 진행 자체를 방해하셔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뒤편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 "동생인데 스물아홉 살에 죽었습니다"라는 외침이 들렸고, 재판장은 "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나중에 기회를 드리고. 검사님 통해서도 방법이 있으니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재판을 끝냈습니다.
두 번째 재판은 지난 5월 열렸습니다.
방청석에 유가족 세 분과 조용히 앉아서 증인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나온 피고인들과 변호인들, 유가족 사이에 긴장이 느껴졌습니다.
세 번째 재판은 무려 9월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지지부진한 형사 절차의 가운데서 2주기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7월 16일 경기도 오산에서는 옹벽이 무너지며 또 차량매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2일 경찰은 오산시청과 시공사, 도로보수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합니다.
옹벽은 흙더미가 무너지지 않도록 쌓은 벽입니다. 2023년 여름 청주에서 무너진 흙더미의 이름은 절토사면입니다. 절토사면은 인공적으로 깎아낸 비탈면을 의미합니다.
한국에는 절토사면과 옹벽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체계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인명 피해가 발생합니다. 법정에서는 그 이유들을 추정하게 하는 단서들이 나옵니다.
요즘 저는 각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디테일한 이유들, 법정에서 만나게 되는 각기 다른 얼굴들과 슬픔들, '인재'라는 말로 쉽게 퉁쳐지는 사고(사건) 이야기들을 반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더 많은 분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2주 동안 전국 법원이 휴정기에 들어갑니다.
코트워치 팀은 이 기간을 조직 재정비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아직 말씀드리기엔 이르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코트레터도 일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8월 1일과 8일은 쉬고, 8월 15일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