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취재를 하다가 중단했던 재판이 있습니다.
2022년 5월,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에쓰오일(S-OIL) 온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사건인데요. 이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다쳤습니다.
이 사건의 재판은 통상적인 절차에 비해 느리게 진행돼 왔습니다. 2023년 8월, 법원에 사건이 접수됐고, 2024년 4월에 첫 공판이 잡혔다가 한 차례 연기됐습니다.
이후 3번의 공판준비기일(공판 이전에 사건의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이 있었고, 2024년 12월 5일, 1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에쓰오일 최고안전책임자(CSO)를 포함해 총 13명이 재판을 받아 법정 방청석에까지 피고인과 변호인이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공장 현장검증까지 하겠다고 했고, 피고인인 에쓰오일 측의 주장이나 요청에 우호적인 느낌을 받아 재판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장검증은 에쓰오일 측의 요청으로 진행됐습니다)
현장검증 과정을 취재할 수 있는지 법원 측에 확인했으나 공장 환경상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후 다른 취재 일정이 겹치면서 재판 취재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지난주 코트워치가 지금까지 취재해 온 사건들을 정리하다가 에쓰오일 사건 재판의 선고도 세 차례 미뤄졌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4월에서 5월로, 5월에서 6월로 미뤄졌고, 6월 19일에 한 번 더 연기됐습니다.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 재판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에 문의했습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의 설명에 따르면 재판장이 공소장 변경, 공장 매뉴얼에 관한 추가 자료 제출 등을 이유로 선고를 연기했고, 공판이 재개됐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15일) 재판에는 2022년 당시 직접 사고 조사를 했던 경남권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센터장이 증인으로 와 사고 원인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15일 재판을 방청한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이정은 상담실장은 "증언의 핵심은 (에쓰오일이) 원래의 절차와 다르게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위험성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그걸 안 했던 것이 사고 원인이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에쓰오일 측은 '작업 절차의 변경이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었고, 그래서 위험성평가가 필요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했습니다.
(이날 증인신문이 마무리되지 않아 10월 30일에 이어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상담실장은 재판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담당) 판사가 산재 사건과 관련해 다른 판사들에 비해 꼼꼼히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절차 지연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특정 사건의 재판이 장기간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관련 연구에서는 법원의 구조적인 문제(법관의 전문성 문제, 잦은 인사이동 등)와 함께 피고인 측의 의도적인 재판 지연에 대해 법원이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¹
재판이 예정보다 길어지는 경우 재판부가 그 사유를 소명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는 판결문입니다. 선고가 연기되면서 새롭게 논의된 쟁점 등이 법원의 판단 근거와 함께 판결문에 기재돼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¹ 이영창 외, <재판의 지연 실태와 신속화 방안>, 사법정책연구원, 2024 / 김기원, <'정치적 사건'의 재판 지연 문제와 사법제도 개선>, 법치와자유,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