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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연 Jan 13. 2020

초등에서의 기초학력 문제

대학입시문제보다 시급한 초등 기초학력 문제 해결

 교육계는 요즘 학생들의 기초학력저하 문제에 대한 화두를 꺼내어 그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다. 이를 다시 법안 발의와 정책카드로 선생님들에게 기초학력지도 연수 등의 내실화 지침을 내리고 정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배경과 수준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기초학력저하 현상,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학력격차의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하고 여러 해에 걸쳐 방법적 제안을 제시한 나로서는 실망을 금치 못하겠고 위선적인 정책에 진실로 화가 난다. 지금 선생님들이 그 지도 역량이 부족해서 아이들의 기초 기본 학습능력이 하향 그래프를 그리나? 


우리에겐 학생들한테 현실적으로 집중할 시간이 없다. 시간이.
수업 끝나고 남는 시간에 각종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목적사업, 특별 교부금 사업 등에 교사들의 행정력을 동원하여 지시성 업무를 잔뜩 내려놓고 무슨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가르치는 역량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으라고 하고 있는 건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개인 환경, 인지적 능력, 학습에 대한 태도나 의식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 없이 단순 학업성취도 결과로 교사들에게 그 책임을 물으면 해결이 되는가.


이제 막 학습의 기초를 세우는 저학년은  가르칠 시간이 없는 것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는데 바로 부모다. 부모가 의지가 없거나 의지는 있는데 담임교사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아님 우리 애는 공부 못해도 돼요, 애가 스트레스받아요, 행복하기만 하면 돼요라는 혼자만의 유토피아에 있거나 이런 부모들이 정말 많다.  


지금 기초 기본 학습부진아 문제는 사회계층 문제, 가정환경과 연결되어 담임교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교육청, 교육부도 이걸 모르지 않을 거라 보는데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이런 상황에서 해당 학생들을 맡고 있는 담임교사들을 지원해주고 필요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량강화 연수 같은 걸로 정작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정책입안자와 부서는 쏙 빠져있고 담임교사들을 더 옥죄는 위선스럽기 그지없는 정책만 만들어내고 있으니 화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름만 교육지원청이라고 그 위상을 자랑하고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위선적인 약속을 아주 쉽게 해 버린다.


지금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기초 기본 학습이 안돼서 수업시간이 지루해지고 지루해지니 무기력해지고 실패가 쌓여 자존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며 대부분 저소득계층 및 보호자의 케어 및 학습 조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의 학생들에게서 보이고 있어서 교육적인 문제로 국한할 게 아니라 사회문제로 인식하여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누가 중심을 잡고 잡아줄 건가? 한 반에 30명과 입씨름하고 있는 담임교사가 역량강화 연수받으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가정, 학교, 교육청 나아가 국가의 힘을 모두 풀어서라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도와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미국 같은 다문화사회에서는 아이들이 교과 커리큘럼 못 따라올까 봐 교사 서너 명씩 붙여준다고 하는데 그런 건 이 나라에서 바라지도 않는다. 지금 학력 상위 10%를 중심으로 입시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공정성 운운하면서 대학 보내는 문제가 더 중요한지 아님 이제 잠재력을 표출시킬 새싹 같은 아이들이 초기 학습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질 않아 못 따라가는 걸 안타까워하면서 더 큰 관심, 특히 학습에서의 성공경험을 주어 공부, 좀 할만하네를 느끼게 해 주는 게 중요한지를 놓고 한번  전문가라고 하시는 분들 모여 이야기를 먼저 해보았으면 한다.


복지사회? 성인을 재교육시켜서 격차를 줄이고 자원을 배분한다고 해도 투자 대비 효과를 보기도 힘들다. 특히 이 나라처럼 나 잘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한 사회에서 들려오는 비판은 저소득층이나 실업자들에게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라는 무기력을 부르는 소리이다. 차라리 격차가 덜한 어린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아이의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게 환경을 마련해주고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복지다. 현실도 모르면서 교육 문제가 드러나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간편한 방법만을 찾으려는 정책 입안자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성찰을 현장 교사로서 구하는 바이다.


초등교육에서의 기초 기본학력은 중요하다. 그깟 원의 넓이 구하는 것, 사칙연산 몰라도 돈 계산만 잘하면 되지라는 무식한 말로 아이들에 대한 책임 회피하지 말라. 초등에서의 기본학력은 단순히 학력을 올리자는 게 아니고 반복과 연습을 통한 높은 인내력, 성취능력, 의욕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 세상살이의 기본을 세우는 뿌리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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