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의 다이어리 Jan 07. 2024

송구영신예배

23년 12월 31일은 일요일이었다.

그날 아침 주일예배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송구영신예배에 갈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사실 어제나 오늘이나 해가 지고 뜨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똑같은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이 1월 1일이라는 새것에 대한 기대감이 그날 하루에 아침. 저녁 예배를 두번이나 참석하러 가게끔 한것이다.


그날 저녁 9시쯤 되어서 역시 나는 마음을 접기로 했다. 솔직히 송구영신예배 드리러 가는 사람들이 그동안 좀 유난스럽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뭐 송구영신예배 드렸다고 복 주실 하나님이 안 주실 거도 아니고. 9시에서 저녁 11시반까지 기다리는 도중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졸린 아이들을 굳이 데리고 그 밤중에 교회에 가서 한번 더 앉아있어야 하는게 무슨 큰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러나 내가 송구영신예배 참석에 대한 마음을 접고 있는 사이 아빠와 아이들은 이미 교회에 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신앙생활 30년에 부끄럽지만 거의 처음으로 참석한 송구영신예배다... 어쨌든 밤 11시반 교회 예배당에 와서 보니 아침에 주일 예배에 참석한 사람 숫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그날 밤 2023년 11시 59분 59초가 지나고 2024년 1월 1일 1초가 지나는 그 시간에 벌어진 일은 해피뉴이어~!라는 서로를 향한 축하인사가 아니었다. 주일예배시작의 포문을 알리는 성가대의 쩌렁쩌렁한 찬양이었다. 예상치도 못하게 나는 이 포인트에서 좀 큰 울림을 느꼈다.

아 원래 이런 것이구나...이래야했던 것이구나...처음의 시작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구나...가장 처음의것. 그걸 드리는 거구나....


그 울림은 오늘 첫 주일 예배에서 또 예상치못하게. 당황스럽게. 계속되었다. 오늘의 말씀이 ‘사랑’에 관한 것이었는데, 기독교는 사랑에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것이라 했다. 성경을 압축해서 두 글자로 표현하면 사랑이라했다. 그리고선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모모든 것을 견딘다는 노래가 나왔는데...아. 마치 이 가사는 외계어로 느껴졌다. 요즘 스트레스받으면서 공부하는 재무회계문제보다도 한차원 높은 어려운 문제가 또 주어지는 느낌. “사랑”. 요즘 예민해져서 아이들을 끝까지 몰아세워 혼내고 이웃을 시기하고 질투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서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게 겨우 참았는데 목사님이 옆 사람 손을 잡으라했다. 그래서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옆사람 손을 잡았는데 거기서 눈물이 터져나오는데 아무리 닦아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다. 아니 내가 왜 이포인트에서 눈물이 나지? 슬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감당하기 힘든 큰 일이 일어난 거도 아닌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났는데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공부도. 일도. 육아도. 가사도. 사랑 없이 구색만 갖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내모습이 정확하게 보여서였을까? 신기한건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나니 마치 찜질방에 다녀온 거처럼 속이 화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했다.


예배를 마치고 아이들을 보는데 엄마가 그동안 너무 잘못했다고 했다. 엄마가 미쳤구나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체온계 떨어뜨렸다고 그렇게 혼내고 내가 다 예민해서 그랬다치기에는. “사랑”이 부족했다. 내가 이렇게 안되는 머리를 쥐어짜가며 세무사 공부를 하려는 목적이 뭔가? 자기계발?두뇌향상? 노후준비?... 각자의 사업장을 꾸리고 있는 사장님들이 세무를 맡겨주신다면 달별로 세무를 챙겨드리고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리고 정성으로 사랑으로 세심하게 챙겨드리는 것. 거기서 한번 보람을 느껴보고싶다. 결국 이것이 나의 꿈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또 하루하루 부족하지만 육아와 가사와 수험공부에 임해야겠다....


이전 11화 육체의 한계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