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열 살로 살아가기
나이에 맞게 행동해
스무 살이 된 어른들은 음주와 흡연이라는 억제된 욕망을 실현한다. 그렇게 알코올과 니코틴으로 육신을 가득 채우고 나면 쏜살같이 30대가 찾아온다. 그나마도 청소년기에는 부모님이 차려준 정돈된 밥상에서 먹지만 그들에겐 어쩐지 노트북 앞에서 먹는 인스턴트 푸드 하나가 더할 나위 없는 듯하다.
나는 올해 서른이 되었다. 점점 시간에 가속도가 붙어감을 몸소 체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목이 따갑고 기침이 자주 나는 역류성 식도염의 초기 증상만 제외하면 말이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면서 순식간에 급노화가 찾아오기도 한다던데. 다행히 아직까지 찾아오진 않았다.
주위에 30대를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 본다. 머리가 벗어지고, 배가 나오고, 팔과 다리는 가늘어진다. 목은 모니터와 키스할 듯 앞으로 튀어나오고 침대에 한 번 누우면 마치 침대와 한 몸이 된 듯하다. 나도 저렇게 되는 것일까?
아직 어리다는 생각
우리는 대게 자신의 나이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누구를 만나면 슬쩍 만 나이로 낮춰보기도 하고 아직까진 괜찮다. 그래도 이 정도면 청춘이다. 같은 생각들로 애써 위로해본다. 하지만 십 대, 이십 대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른이 아동복 매장에서 옷을 고를 필요가 없듯이 애써 자신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나이에 맞게 20대를 거쳐 정립된 내 행동 양식에 맞춰 살아가면 그만이다. 억지로 최신 유행어를 따라 하거나 멜론 TOP 100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
요즘 아직 어리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건 참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영원한 건 없다는 절대불변의 진리 속에서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또 하루하루 늙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아서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건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행동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 만큼만
앞서 말했듯 30대가 20대처럼 행동하면 안 되는 이유가 더 있다. 20대의 식습관과 건강에 대한 생각은 형편없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탄수화물과 나트륨을 때려 박은 음식들로 몸을 가득 채우고, 알코올과 니코틴으로 영혼을 채운다. 당신이 예술가라면 꽤 멋지지만 앞자리가 바뀌고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했다면 당장 그만둬야 할 습관이다.
내가 벌써부터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이유는 출근길에 만나는 회사원들 때문이다. 나는 30분 일찍 회사에 나가는 걸 좋아한다. 그때가 초등학교 등교시간이라 어린이들과 같이 등교하는 느낌이 들고 뭔가 여유롭게 출발할 수 있어서인데, 사무실이 밀접한 직장인 소굴에 들어서면 음침한 분위기가 감돈다.
20대와 30대를 정확하게 얼굴로 구별하는 것은 어렵지만 삶에 찌든 표정과 그들에게 느껴지는 무거운 기운을 느껴보면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물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안 좋은 생활습관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딱 10% 만큼 더 건강에 신경 쓰기로 한다. 배달 음식을 시키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거나 물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영양제를 먹는다던지, 일부러 한 정거장 일찍 내려걸어본다던지,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스트레칭을 한다던지, 라면 스프를 2/3만 넣는다던지 이러한 사소한 행동들로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더 건강을 신경 쓰기로 했다.
이런 습관을 유지한 건 20대 중반이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니 자연스럽게 잔병치레가 없어졌고 아직까지 체력이 달리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커피는 끊을 수가 없다) 아무튼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건강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 것 같다.